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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Nov 14. 2018

만추

세상,  가을로 가득하다

 도심의 바닥을 구르는 마른 낙엽들을 발끝으로 느끼고 싶어 무작정 길을 걸었다. 낙엽들이 새로운 보도블럭 무늬가 된 듯 바닥을 수놓고 있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보도블럭이라면 이렇게 예쁘고 앙증맞을 수 있을까?) 그런데 100m 쯤 걸었을까? 개구쟁이처럼 곳곳에 누워 까불던 요녀석들이  어느새 얌전한 모범생처럼  길 한 켠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시무룩하게 나를 올려다 본다.

가을에는 청소하시는 분들이 조금은 게을러지셨으면 하는 철부지 어른이의 생각 하나.

걷고 싶은 가을길
깔끔해서 아쉬운 가을길

나무의 이별법은 속 좁은 인간이 흉내내기 어렵다. 종족 번식을 위해 예쁜 꽃을 피우는 거야 모든 생명의 본성이니 이해가 가지만  지난 봄, 여름 그 수많은 밤과 낮을 함께 했던 잎들을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옷까지 만들어 입혀 고이 떠나보내다니.  내가 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한 가지. 


내가 사랑하는 벚나무는 4월이 되면 꽃으로 나를 위로하더니 11월이 되면 단풍으로 나에게 평화를 준다.

 

[어떤 인간의 창조성도, 어떤 화가의 팔레트도 자연의 디자인, 자연의 색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뻔한 명제를 새삼스레 끄적이는 어쭙잖은 글쟁이의 가을에 대한 찬사 한 토막.


 여기서 [만추]란 늦가을이 아닌 가을로 가득 차 숨 막힐 듯한 자연의 경이로움 일컫는 가을의 다른 이름 하나.


그래서 나는 이별의 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만추의 가을에게 떠나지마라며 속좁게 질척대며 한낮 30분 동안 조용하지만 요란한 앙탈을 부려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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