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인 아웃사이더는 산책을 좋아한다. 항상 고독의 미학을 즐기며 살므로 우울증에 면역이 되어 있어 갱년기도 두렵지 않다. 그렇게 차가운 겨울 강변 산책이 주는 고독의 미학은 소소하지만 특별하다.
고개를 날갯죽지에 파묻은 큰고니 떼의 침잠을 볼 수 있고, 진흙에 부리를 비벼대는 혹부리오리의 재간도 본다. 시기를 착각한 개나리의 개화도 엿보고, 겨울을 빛내는 붉은 동백도 아름답다.
무엇보다 귀에 음악을 꽂고,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후, 겨울 강변을 잠잠히 걸으면 나를 제외한 모든 것이 풍경이 된다. 분주히 지나가는 사람들도, 총총히 늘어선 철새들도 그림 속 풍경처럼 멈춰버린다. 그리고 나는 마치 번화하지 않은 여행지에 툭 떨어진 고독한 여행객이 된 느낌으로 끝없이 이어진 풍경을 무성 영화처럼 담담히 바라보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