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을 타고 온 봄은 보들보들한 몸을 살랑살랑 흔들며 슬금슬금 땅으로 기어올랐다.
부드러움의 힘은 의외로 강력하다.
굳은 흙을 두런두런 깨우고 보드라운 온기를 훅 불어넣는 힘센 녀석이 봄이다.
땅 위 초록 풀을 속살거려 깨우더니 노란 민들레를 토옥 터트리고 여린 쑥잎을 옹양옹양 쓰다듬는다.
개나리의 메마른 줄기를 타고 오른 봄은 가지 끝에서 노란 꽃망울을 별처럼 피운다.
이제 봄은 공기 중으로 서서히 날아오른다.
사람들의 얼굴에 닿던 알싸한 찬바람은 봄의 미소에 힘을 잃고, 성질 급한 벚꽃은 개나리와 함께 속속 피어난다.
목련은 큰 꽃송이를 이불삼아 보도블록을 하얀빛, 보랏빛으로 덮어주며 자신의 짧은 화양연화를 쓸쓸히 내려다본다.
그리고 이제 봄은 벤치에 앉은 연인의 어깨에 은근슬쩍 내려앉더니 뭔가 부끄러운 듯 그들의 볼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그걸 멀리서 바라보던 산 중턱의 진달래가 연보라빛 웃음을 폭 터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