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산책1
두꺼운 외투를 입었다가 다시 벗었다.
입기만 해도 훅 느껴지는 몸의 열기에 겨울이 벌써 끝났음을 알았다.
가벼운 점퍼로 갈아 입고 산책에 나섰다.
길가의 나뭇가지는 여전히 앙상하지만, 가지 끝은 물이 오른 듯 팽팽하다.
야윈 어깨를 드러내 듯 갯벌뿐이던 겨울 물가는 찰랑이는 물소리로 풍성한 봄의 하모니를 낭랑하게 읊조리고 있었다.
보드라운 깃털 속에 머리를 파묻고 겨울바람을 견디던 철새들은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갔다.
칙칙한 겨울 외투로 무장한 운동파들이 점령했던 산책길은 앙증맞은 아가들의 조마조마한 걸음 뒤에서 유모차를 천천히 끄는 젊은 부부의 행렬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진지했던 사람들의 표정에 어느새 봄의 미소가 피어나고 있었다.
"어머나. 물빛이 보석을 뿌린 듯 반짝거리네."
물방울이 튀어오를 듯 반짝거리는 물빛을 보고 나는 혼잣말로 작은 탄성을 질렀다.
봄은 저 바다 너머에서 지금 막 물결 위 햇살을 타고 도착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