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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구하는 실천가 Sep 24. 2018

구름이라는 배경 속을 걷다

무용한 것을 사랑한 죄

 도시에 살면 하늘을 보기 어렵고, 하늘을 봐도 구름을 보기 어렵다. 높은 건물들 사이에 쪼개진 도시의 하늘은 하늘의 품격을 잃은 지 오래이고 겨우 품격을 지킨 하늘도 미세먼지로 구름과 하늘의 경계가 뭉개져 버려 하늘의 맛이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도시인들은 하늘을 잊은 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변에 산책을 나오면, 잊었던 하늘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있었다고 말하며 나를 내려다 본다.

 강변은 강이 배경이 아니라 하늘이 배경이다. 대부분의 배경을 하늘에게 맡기는 것이다.   하늘이 가득차게 시야에 들어온다. 나는 어쩌면 그 하늘을 보러 강변을 산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더욱 그렇다. 어스름한 저녁 하늘은 구름 잔치일 때가 많다. 낮고 어두운 구름들이 강 근처까지 내려와 넓게 군무를 펼치고 구름 사이로 빛줄기들이 조명을 켠다. 왼쪽은 은색 조명, 오른쪽은 붉은 조명이다. 그래서 나는 저녁에는 오른쪽 산책로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 붉은 조명이 구름을 점점 붉게 물들이거나 구름 사이로 숨바꼭질을 하는 걸 보게 되니까. 

 나는 어릴 적부터 하늘을 쳐다보는 것을 좋아했다. 학교를 마치고 하교를 하다 멈춰 서서 하늘을 쳐다보면 주변 아이들이 '뭐 하는 거야?'하며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하늘을 보지 않고 살았다. 그리고 요즘 다시 하늘을 자주 본다. 그리고 구름이라는 배경의 변화무쌍함에 빠져들고 있다.

 미스터션샤인이라는 드라마 속 김희성이라는 인물의 말처럼 나도 무용한 것들이 좋았던 것 같다.  '꽃, 나무, 풀, 하늘, 바람, 구름'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도 그처럼 허무함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무용한 것을 좋아하는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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