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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ISU Jan 12. 2021

오감으로 맛보는 북유럽 음식

게임의 룰을 바꾸는 창의력

일반적으로 덴마크 음식들의 조리법은 과장을 좀 보태면 2가지 조리법 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하나는 오븐에 굽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생으로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볶고, 튀기고, 찌고, 굽는 복잡한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의 요리가 오븐 하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우리는 생으로 잘 먹지 않는 호박이나 버섯 같은 채소들도 덴마크 사람들은 그냥 생으로 먹기도 한다.

파티음식을 준비할 때도 대부분 고기와 채소를 오븐에 넣어 장시간 굽고, 샐러드를 준비하는 정도로 음식 준비가 마무리된다.  음식 준비가 간단하니 남자들도 자주 요리를 하고, 아이들도 음식 준비에 동참하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도 유제품과 빵을 먹거나 샐러드를 먹는 것으로 식사가 끝나기 때문에 번잡하게 아침을 준비하는 일도 없고, 설거지가 많이 나와 바쁜 아침시간을 더 정신없게 만들지도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준비가 쉽기 때문에 가족들이 자신의 아침식사는 스스로 준비해서 먹기도 한다.

참 부러운 시스템이다.

이처럼 복잡한 요리과정도 없고, 특별한 솜씨가 필요하지도 않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이런 정도의 음식 준비도 휴일 아침에는 하지 않고 밖에서 브런치를 사 먹는 경우가 많다.

덕분에 코펜하겐의 브런치카페들은 휴일에 더 바쁘다.


덴마크의 브런치카페에서 브런치를 시키면 두 번 놀란다는 말이 있다.

우선은 예쁘고 다양한 식기들에 근사하게 차려 나오는 음식의 비주얼에 놀란다.

그리고 또 한 번은 비주얼에 비해 너무 맛이 없어서 놀란다고 한다.

정확히 말하면 너무나도 건강한 맛이라고나 할까?

그걸 알면서도 눈을 호강시켜주는 아름다운 주변의 경치와 카페의 분위기, 그리고 화려한 음식의 비주얼에 가끔씩 브런치 카페를 찾는 것은 나에게도 큰 즐거움이었다.

음식의 디테일한 맛도 중요하지만 그곳에서의 브런치는 몸과 마음의 휴식을 위한 힐링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따스한 햇빛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가슴 깊은 곳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경치와 화려한 비주얼의 음식들을 보고 있으면 굳이 음식을 먹지 않아도 행복감이 밀려온다.

Waterfront에 위치한 Wulff&Konstali Food Shop의 브런치와 내부 이미지

덴마크는 디자이너의 나라답게 건축이나 인테리어 등에서 보이는 디자인 감각도 뛰어나지만 음식에서 나타나는 비주얼도 참 감각적이다. 먹음직스러운 색의 조화는 물론이고, 식기류의 선택이나 음식을 세팅하는 방법에서도 그들만의 감각이 느껴진다.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음식문화가 잘 발달한 나라는 아니지만 건강식과 유기농이라는 자신들만의 장점을 살려 음식과 공간을 조화롭게 디자인하고 있으며, 지금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덴마크 최고의 레스토랑인 '노마'와 같은 유명한 식당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물론, 그런 유명한 식당들도 맛이 엄청나게 좋다기보다는 처음 보는 독특한 비주얼과 유기농으로 재배된 야생의 풀과 버섯, 이끼처럼 일상에서는 접하기 힘든 귀한 식재료가 새로운 맛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값비싸고 고급스러운 음식은 맛으로만 승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맛은 지극히 주관적이며, 맛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 끼에 백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음식을 맛으로만 승부할 수 있을까?

이제는 음식도 제품이나 공간처럼 스토리를 만들고 디자인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음식 디자인의 핵심은 역시 고객들에게 어떤 신선한 경험을 선사할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쉐린이 인정한 덴마크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SØLLERØD KRO'라는 식당에 저녁식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애피타이저에서 후식까지 다양한 요리들이 나왔는데, 음식 하나하나가 나올 때마다 처음 보는 이미지와 맛에 놀라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난다.

어떤 재료로 어떤 방식으로 요리한 것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난생처음 보는 근사한 디자인의 요리들이 끝없이 나왔고, 음식을 만든 셰프는 이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지가 아니라 이 요리에 사용된 재료들이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모두들 먹기가 아까워 사진을 찍고 또 찍었던 기억이 난다.

이런 음식의 퀄리티는 과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고가의 요리일수록 음식의 맛이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비주얼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음식의 새로운 맛을 고객들이 경험하게 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창의력은 음식에서도 게임의 룰을 바꾸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먹는 음식에서 보는 음식으로, 다시 보는 음식에서 경험하는 음식으로 바뀌는 음식문화의 중심에도 창의력이 있다.

미쉐린이 인정한 덴마크 최고의 레스토랑 중 하나인 'SØLLERØD KRO'의 음식들과 매장 전경

신선한 맛의 경험이라는 경쟁력을 만들어야 하는 건 비단 음식점만의 문제는 아니다. 식품 브랜드들도 수많은 브랜드들과는 차별화된 그들만의 창의적인 맛을 개발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마찬가지다.

스웨덴 브랜드인 'Wasa'는 Crispbread라고 불리는 바삭한 빵이다.

건강한 식재료를 좋아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정서를 그대로 담고 있는 'Wasa'는 빵과 과자의 중간 정도 식감을 가지고 있으며, 곡물과 소금, 물과 이스트 정도의 가장 적은 재료로만 만들어 식재료 자체의 맛을 살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천연의 재료 자체가 가장 풍부한 맛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첨가물을 줄이고 가장 자연에 가까운 맛을 살린다는 브랜드의 철학이 신뢰가 간다.

섬유질 함량이 높은 호밀가루로만 만들어진 제품도 있고, 귀리와 참깨, 아마씨 등을 토핑 한 제품도 있으며, 모두 건강에 좋은 통곡물들을 첨가물 없이도 맛있게 오픈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으로 맛없는 곡물빵을 맛있게 먹게 해주는 그들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북유럽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을 비롯해 아이들을 위한 건강식으로도 인기가 좋은 제품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 빵보다 부피가 작아서 휴대하기도 좋고, 바삭하게 건조한 제품이어서 유통기한도 길다는 장점이 있다.

용도는 빵이지만 맛은 과자인 창의적인 제품으로 패키지디자인에는 내용물의 건강한 곡물 질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제품의 이미지와 요리법에 대한 사진을 함께 넣어, 같이 먹으면 어울리는 식재료들을 쉽게 알려주고 있으며, 100주년이 되는 해에는 100% 통곡물로 만든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이라는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디자인한 제품도 출시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 곳에 실린 모든 사진들은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사용 시 출처를 밝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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