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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여자 Oct 24. 2021

터닝포인트가 된 스토리공모대전 (2)

다행이다, 구슬 서 말이 있어서

본심에는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2015년에 다시 이 파일을 꺼내 읽었다. 고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몸조리 시간과 맞바꾸며 열심히 쓴 작품인데. 솔직히 쳐다보기도 싫었다. 

2015년도 봄에 스토리공모대전 간담회를 했었다. 작년 심사위원장은 '사극 쓰지 마세요'라고 강하게 말했다. 사극 무용론자였다. 취재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쩌란 말이냐. 내 손에는 사극 <불의 전쟁> 뿐이었다. 공모전 모집 기간에 고민도 하지 않고 제출했다. 속이 시원했다. 수정할까, 고민했었지만 한 자도 고치지 않았다. 


매년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듯이 스토리공모대전에 참여했다. 그 외에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다. 졸지에 아들 둘이 된 작가가 되다 보니 걱정이 됐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꿈만 좇는 것이 맞는 일일까? 그 해 가을,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제 글은 그만 쓰고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할까?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창의인재 동반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2,3주에 한 번씩 멘티와 함께 멘토를 만나 작품을 기획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있었다. 아들 둘을 엄마에게 맡기고 외출할 수 있는 날이었다. 그날따라 작품도 안되고, 막막하기도 해서 멘토링 약속 전에 혼자 점심으로 파스타를 먹으면서 와인 한 잔을 시켰다. 


멘토와 작품 회의를 마치고 짐을 챙기는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전화가 왔다.

"이강현 작가님 되시죠?"

"네, 맞는데요."

매우 도도하고, 차갑게 대답했다.  다른 사업도 지원해놓은 상태여서 그 전화인 줄 알았다.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에 당선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가 안내사항을 말하는 내내 나는 떨렸지만 '네', '네'라고 단답형으로 말했다. 이미 다른 사업인 줄 알고 도도하게 말하고 있어서 갑자기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몇 년 동안 기다렸던 순간인데 오히려 믿기지 않았다. 공식 발표 전까지 비밀로 해달라는 안내까지 받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멘토와 멘티에게 덤덤하게 말했다. 

"저 스토리공모대전 우수상이라는데요?"

사실 내가 울었어야 했는데 곁에서 나를 지켜봐 온 멘티 동생이 먼저 울었다. 아이 키우면서 고생했는데 너무 축하한다고.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을 때, 작가를 놓아야 하나 고민했을 때 이 상을 받았다. 아직은 포기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 같았다. 

작년에 본선에 올랐고, 올해는 본상을 수상했다. 같은 작품인데 심사위원의 성향에 따라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는 걸 배웠다. 


그리도 또 하나! 

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소재도 꿰어서 작품으로 만들어 놔야 가치가 생긴다. 수많은 버전의 기획안은 힘이 약했다. 그 기획안들은 줄줄이 꿰어서 큰 이야기를 만드니 제법 멋진 작품이 나온 것이다. 이 공모전을 계기로 다시 육아와 창작을 병행하며 작가가 되는 초석이 됐다. 누가 뭐래도 그만둘 수 없는 작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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