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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여자 Oct 24. 2021

터닝포인트가 된 스토리공모대전(1)

다행이다, 구슬 서 말이 있어서 

2010년, 대한민국에 상금 1억짜리 공모전이 생겼다. 바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하는 스토리공모대전이다. 지금은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스토리 부문>으로 공모전 이름이 변경되었다. 이 공모전은 소설, 드라마, 영화처럼 완성된 형태로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 형태만 제출하면 됐다. 생소한 공모전이었다. 한국의 해리포터를 찾겠다는 말에 공모전을 준비하기로 했다. 내 작품이 공모전 개최 의도와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0년 1회부터 계속 참가해 매번 낙선하다가 2015년에 겨우 당선됐다. 그 작품이 <불의 전쟁>이다. 


1회부터 이 공모전에 참가했다. '한국의 해리포터를 찾는다'고 해서 판타지 장르소설을 기획했다. 하지만 뽑힌 작품을 보니 해리포터 류와는 다른 작품들이었다. 한국 고유의 색이 짙은 소재들이 보였다. 해리포터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던 내가 너무 순진했던 거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매년 새로운 작품을 기획하며 한 해에 두 세 작품씩을 공모했다. 매년 8월이면 마음껏 놀러 가지도 못했었다. 


그러다 2014년이 되었다. 7월 4일에 둘째 아들을 출산했다. 둘째를 출산하기 앞서서도 공모대전 일정이 신경 쓰였었다. 8월 27일부터 9월 2일까지 접수기간이었다. 첫째 출산 때를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무리였다. 이번에는 딱히 공모할 작품이 없었다. 게다가 모집 요강이 변경돼 트리트먼트는 60장 내외로 써야 했다. 보통 영화 기획안은 20페이지, 드라마 기획안은 20-40페이지를 작성한다. 작품 설명을 제외하고 본문만 60장을 써야 하는 공모전은 없었다. 60페이지라면 짧은 소설의 반 권 정도 분량이 될 것이다. 도저히 엄두가 안 났다. 마음을 비우고 출산을 했다.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4일간 병원에 있다가 산후조리원으로 옮겼다. 그때까지 공모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산후조리를 하는데 슬금슬금 공모전 생각이 떠올랐다. 갓 태어난 신생아는 젖을 먹고 자는 것이 일이었다. 세 살 된 첫째도 꼬박꼬박 낮잠을 잤다. 출산 후 3주, 정확히 삼칠일이 지나니까 정신이 들었다. 


맞다, 공모전.


두 아이가 자는 동안 가만히 누워있는데 마음이 초조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회를 놓쳐버리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것 같았다. 공모전 2주일을 남겨놓고 밤에 노트북을 켰다. 시간 내 어떤 작품을 써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화씨>라는 영화 기획안이 떠 올랐다. 조선시대 소방수를 소재로 한 사극 영화였다. 구체적인 스토리는 없었지만 영화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놉시스를 갖고 있었다. 이렇게 저렇게 스토리를 만들어보았지만 신통치는 않았다. 


<화씨>의 기획안을 모조리 출력했다. 각기 다른 버전이 있어서 A4용지 200여 장이 넘었다. 2년 간 작업했던 

기획안들을 한 번에 읽어 내려갔다. 


내가 이런 것도 썼었나? 


등장인물의 나이도 다양했고, 시기도 차이나는 버전이 있었다. 다 읽고 나니 길이 보였다. 주인공의 이름도 다르고, 내용도 조금씩 달랐지만 같은 소재로 만든 기획안이라 시대 순서대로 나열하지 제법 이야기의 흐름이 보였다. 이건 주인공의 과거, 이건 주인공의 아픔, 이건 주인공의 멜로라인 등등도 나눌 수 있었다.  

이제 그 파일 순서대로 본문을 긁어다가 한 파일에 모두 넣었다. 시간 순서대로 배열한 후, 등장인물의 이름을 하나로 통일했다. 그러자 작품의 윤곽이 보였다. 

이제 첫 줄부터 읽어나가면서 60매 내외의 본문을 만들었다. 200매에서 줄여나가니 스토리가 탄탄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심사위원들에게는 앞부분의 서사가 흡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첫 5매는 묘사에 신경 썼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스펙터클함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꼬박 2주 만에 완성했다. 겨우 공모전 일정에 맞춰 제출했다. 이 작품이 <불의 전쟁>이다. 그동안의 작업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했고, 트리트먼트로 소설처럼 가독성 있게 써 내려갔다. 


그리고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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