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 - 만주로 가는 기차

From 1919 to 2022

by 시드니


1943년 겨울 서희는 만주로 가는 열차에서 분옥의 손을 잡고 있었다. 분옥은 일본군에 이끌려 만주행 열차에 있었다. 일본 순사는 어린 서희는 두고 가라 했지만, 분옥은 어미도 아비도 없는 자식을 두고 갈라면 차라리 둘 다 죽이라고 악을 쓰고 머리를 짓이겼다.


일본군의 목적은 명쾌했다. 분옥의 남편 정대가 만주와 조선을 넘나 든다는 정보가 있었으나 얼굴을 알 수 없으니 정대의 처를 열차에서 끌고 다니며 그 눈치를 보아 잡겠다는 것이었다.


일본 헌병들은 마치 사냥개 마냥 분옥과 서희를 앞세워 열차 구석구석을 뒤졌다. 분옥은 설마 이곳에 정대가 있을까 하면서도 또 있으면 어찌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잡은 서희의 손은 그 추운 겨울에도 땀이 찼다.


그런데 저 멀리 열차 한편에 정대가 있었다. 눈은 마주치지 않았지만 정대와 분옥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찰나의 순간 분옥은 서희의 손에 아주 잠깐 힘을 주었다.


분옥은 정대를 그대로 지나쳤다. 서희도 정대를 그대로 지나쳤다. 정대도 창밖으로 향한 눈을 떼지 않았다. 분옥과 서희가 정대를 본 것은 그것이 끝이었다. 해방이 되고서도 정대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 분옥은 서희에게 아버지는 죽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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