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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예술 박기열 Aug 03. 2018

처음 하는 이야기 3

낯선 곳 어디에도 예술은 존재한다.

왜 모두들 나를 박씨라고 부르는 걸까? 

우선 3시간 동안 60개의 방을 문제없이 정리하려면 각자 집중해서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끝내야만 한다. 만일 침대 밑에서 앞 손님이 버린 콘돔 포장지 하나, 쓰다 만 면봉 하나라도 새로운 손님에게 발견되는 날엔 감당하기 힘든 일이 생긴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내가 일한 호텔 건물은 룸살롱 같은 유흥업소가 빽빽하게 들어선 곳인데 호텔 영업에 도움이 될 환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청소하는 입장에서 이런 곳은 정말 최악 중에 최악이다.
어떤 날은 출근하고 청소할 첫 방에 문을 열자마자 다리에 힘이 쫘악 풀리기도 하는데 그 광경이 마치 사건 현장처럼 처참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웃고 농담하며 일을 할 수가 없을뿐더러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일을 끝내고 잠시라도 쉴 때는 각자 어디론가 흩어져 철저하게 혼자가 된다. 처음에 나는 쉬는 시간 동안 어디에 짱 박혀 있어야 할지 몰라 그냥 손님이 다니지 않는 계단에 앉아서 음악을 들었던 것 같다.
이들은 서로의 이름을 알고 친목을 하는 것보다 누구 하나라도 실수해서 문제가 생기는 걸 원치 않을 뿐이며 이 힘든 일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모두가 자신의 컨디션을 자기만의 방식대로 조절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 달쯤 지나니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졌고 그때부터 나는 사람들의 흔적을 사진으로 담기 시작했다. 늘 새로운 이미지를 기록하는 작가의 본능이 이 다채롭고 파격적인 공간에서 꿈틀대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동네 호텔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기업 구성원들을 위한 강의에서는 치밀한 교육 설계를 통해 반감 없이 보여주고 있지만
이 공적인 공간에서 불특정 한 다수를 대상으로 그곳에서 본 모든 걸 보여주거나 이야기할 수 없다. 호텔엔 로맨스도 있지만 ‘황해’ 같은 범죄 스릴러도 있으니 말이다.

낮 시간에는 대부분 쉬러 오는 연인들. 아니면 야매 성형시술을 하러 오는 아주머니들
회사원인 거 같은데 같은 시간에 한두 시간 잠을 자러 오는 남자, 혼자 오는 여자 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내가 우연히 카운터를 보고 있던 날 처음 숙박을 하는 날부터 유난히 거슬리는 사내가 한 명이 있었다.
촌스러운 시골 깡패처럼 생긴 사람인데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놈이 첫날부터 말이 짧은 거다,

‘방 있나?’
평소의 나 같으면 “ 응 있어” 라고 했을 텐데
“얼마나 묵으실 건가요?“
늘 손님 눈에 안 띄게 청소만 하다가 내 인생 처음으로 손님.이란 대상을 상대하는 것이니 예전에 내가 일급호텔에서 받던 서비스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정중하게 응대를 하였다.
그 이후에도 이 친구는 계속 반말이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던 이유는 어느 날 이 친구가 나와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나를 ‘형님“이라 지칭하는 걸 듣게 됐는데 “ 이놈도 내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줄은 아는구나.” 라는 걸 알게 되니 그 다음부터 이 친구의 말투는 별로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보이는 태도보다 내면의 의식이 중요하단 걸 다시한번 깨닫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어쨌든 말이 짧은 이 친구는 보름 동안 장기 투숙을 하기로 했는데 밖으로 거의 나가지도 않고 비슷한 사람들만 들락날락 거리며 어떤 날은 룸에서 누굴 때리는 소리, 맞고 아파서 내는 곡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방 청소도 못하게 하는 등 여간 신경이 거슬리는 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험악하고 건장한 남자들 두 명이 카운터를 보고 있던 내 앞에 나타났다.

건장한 이 남자들은 나를 보자마자 신분증을 내민다.
인천 연수서의 형사들이다. 그리고 또 다시 내미는 사진 한 장
“이 사람 본 적 있어요?”

아. 그놈이다. 말 짧은 놈. 

(4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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