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건니생각이고 Mar 18. 2020

이젠 혼자 못 삽니다.

견딜 수 없을 그녀들의 부재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데, 코로나19 때문에 더 생각이 많은 요즘입니다. 걸리지 않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걸린다 한들 사망률도 높지 않기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불안이 엄습해 오더라고요.


만약에...정말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너무 무서웠고 순간 앞이 깜깜했습니다. 당연히 옆에 있을 것만 같은 아내와 딸이었는데, 그 당연함이 불현듯 불안했습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그녀들의 부재였기에 너무 무서웠고요. 나름 굉장히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살고 있었나 싶었습니다.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이 없듯이 아내와 딸이 없는 삶 자체가 의미 없는 걸 그제야 아프게 깨달았습니다.


 결혼 전, 저는 개인주의로 포장한 지극히 이기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돌이켜 보면, 당시에 기대했던 결혼은 어떤 형태로든 제게 이득이 되는 것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 같네요. 그런 이기적인 제가 결혼을 하니 당연히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아내가 잘 참으면서 제 잘못을 깨닫게 해 줘서 갈등을 줄여나갈 수 있었고요. 근데요. 아기가 생기니 이건 또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육아를 피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숨고 싶었던 게 당시 심정이었죠. 아이가 보고 싶은 감정은 아이와 대화가 되기 시작하면서 겨우 들기 시작했고, 그저 먹고 싸고 자는 시기에는 부성애를 들먹이며 부족한 저를 합리화하기 바빴습니다.


 그런 제가 요즘은 딸아이 생각만 하면 울컥울컥 합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만, 너무 행복에 겨워서 그런 건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누구에게 결혼을 하라고 혹은 아이를 낳으라고 권유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건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일 뿐이니까요. 다만, 사람은 절대 안 바뀐다고 믿고 살았던 제가 너무 큰 변화를 겪고 있기에 공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아빠이면서 남편인 제게 그녀들은 이젠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이전 19화 화가 나지만 참는 수밖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