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지금까지 비슷한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럴 만도 하죠. 결혼 생각도 딱히 없던 제가 어느 날 지금의 아내를 만나 순식간에 청첩장까지돌리더니,지금은 누가 봐도 딸바보까지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계획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저 운명 같은 아내를 만났고, 또 운명 같이 아이가 생겼을 뿐입니다.
신혼 때를 돌이켜 보면, 이런 저를 잘 다독이고 이해해준 아내가 새삼 고맙고 더 나아가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말도 안 되게 예민하게 굴어도 다 받아주셨던 부모님 덕에 뭐가 잘못됐었는지도 몰랐던 저였습니다. 말 그대로 '제 멋대로' 살았었던 거죠.그런 저를 어르고 달래서 잘 이끌어준 아내에게 박수를. 짝짝짝.
결혼하고불과몇 달만에 아이가 생기고, 어느새 육아세상에 입성했습니다. 결혼 후 제가 뭘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제대로 다 깨닫기도 전에 육아라는 어마 무시한 세상으로 들어간 겁니다. 단단히 먹었던 각오가 무색하게 아이가 태어나고 키우다 보니 멘붕도 이런 멘붕이 없었습니다. 이게 부성애의 한계인지 아니면 나란 사람은 원래 이랬는지분간할 새도 없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였습니다.
아이 키워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정말 힘들고 지쳤습니다.
대화하고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이대로 지나 보내면 많은 것을 놓치고 또 서로에게 생채기를 낼 것만 같았습니다. 대화만큼은 자신 있던 저희 부부는 다소 낯 뜨겁지만 '다섯 가지 사랑의 언어'를 도구 삼아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고, 아내와 전 참 다른 사람이란 걸 깨닫는 동시에 저란 사람에 대해 근본적으로 깨닫게되었습니다.
'난 인정 욕구가 엄청 강한 사람이구나.'
제가 서운해하는 순간순간들을 돌이켜보니 그 이면에는 인정받지 못해 생긴 불만들이 있었더라고요. 아내를 포함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보기엔 그 욕구가 뭐 그리 대단할까 하시겠지만, 인정과 칭찬만으로 엄청난 동력이 생기는 게바로 저 같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육아하는 저를 살펴보니, 꾸중은 극히 일부일 뿐 칭찬으로 가득한 육아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정에 대한 목마름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전 칭찬이 가진 힘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꾸중과 칭찬 중에 뭐가 맞는지 뭣이 중하겠습니까. 그저 행복 가득하게 잘 크고 있는 딸아이를 보며 아빠 미소가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지금이면 된 거죠.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싶은 남편
한 사람에게 주어진 역할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다양합니다. 관계를 펼치면 펼칠수록 그 역할은 더욱 많아질 거고요. 인정과 칭찬을 갈구하는 저로서는 지금까지의 관계 속, 평온함까지 찾지는 못했던 듯합니다. 심지어 부모님에게조차 자랑거리인 아들로 자리매김하고자 부단히 노력하면서 스스로를 옭아맸던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결혼을 하고 온전한 내 편인 아내가 생기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귀여워, 사랑해를 연발하게 하는 딸아이가 생기니 이제비로소 알겠습니다.
'남편으로서 또 아빠로서 지내는 지금이 온전한 '나'로 편안해지는구나. 이 둘이 진정 나를 나로 살아가게 해 주고 또, 나답게 만들어 주는 존재구나.'
너무 고맙고 소중해서 때론 갑자기 부재할까 두려운 나의 두 보물인 아내와 딸 덕에너무 행복합니다. 굳이 인정을 갈구하지 않아도 되는 지금에 편안함을 느끼는 건 물론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