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감정이란 건 어떤 특별한 상황에 맞춰서 생겨나기 나름입니다. 합격의 기쁨, 상실의 슬픔 혹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의 분노 등이 그렇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데, 정말 뜬금없이 나오는 묘한 감정이 하나 있습니다.
아빠가 되고 나서 생긴 이상하고도 묘한 감정인데 이게 슬픔인지 기쁨인지 사랑인지 행복인지 하나로 정의하기도 어려운 감정입니다. 너무 소중해서 갑자기 막 보고 싶고, 혹시라도 다치면 어쩌나 몹시 불안하다가 문득 그 존재만으로도 그저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그런 감정 말입니다.
MBC 라디오스타
딸아이가 6살이 되고 나니 그런 순간들이 더 잦아지더군요. 안 그래도 뜬금없이 자주 올라오는 감정인데, 아빠의 사랑에 보답한다고 6년밖에 안 산 꼬맹이가 심쿵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더해졌거든요.
"떠라야, 길 걸을 때 보도블록에 가까운 안쪽으로 걸어. 아빠가 바깥쪽으로 걸을게." "왜?" "차에서 가까우면 위험하니까." "그럼 아빠가 위험하잖아!"
눈물 참느라 혼났습니다. 고맙고 기특하고 사랑스럽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런 아이한테 찡찡거린다고 또 정리 안 한다고 혼냈던 제가 되려 더 미안했습니다.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지만, 딸아이는 모든 게 처음인데 괜한 기대를 했던 건 아닐까 반성하게 됩니다. 나름 엄마 아빠를 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했을 딸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네요. 어쩌면 불쑥 찾아오는 '울컥'의 감정이 미안함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잘하려고 하는데 실수 투성이고 또 서투른 건 아이나 저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먼저 태어나서 나이만 더 먹었지 '처음'에 있어서 뭐가 얼마나 다르겠어요. 오히려 같은 처음이라고 해도 전 주변에 물어볼 데라도 있으니 공정하지 않은 처음을 겪고 있단 생각마저 듭니다.
뭘 더 해줘야 이 아이가 정말 행복하고, 또 그 행복을 아낌없이 나누어 줄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동시에 제가 아빠 역할은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어른이라고 큰 소리 칠 시간에 딸아이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 더 고민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