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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건니생각이고 Feb 17. 2022

딸에게 보내는 편지

그 세 번째.

딸아, 어느덧 7살이 되었구나.


초보 아빠랑 지내느라 속상한 일도 많았을 텐데,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구나.

덕분에 아빠도 많이 배우고 있고 말이야.


네 앞에서는 정답을 다 아는 것 마냥 잔소리하지만,

아빠도 사실 부족한 것 투성이야.

그런 아빠를 슈퍼맨인 양 믿어주고 잘 따라줘서,

너무 고맙지만 아빠는 사실 미안하단다.


무엇이 너를 위한 최선일까 고민한다지만,

곱씹어 보면 아빠를 위했던 고민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거든.


스스로 충분히 잘하고 있고,

용기 있게 도전하고 있는데 말이야.


얼마 전 대관령 갔을 때, 너무 뭉클했었단다.

체감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에 별을 보겠다고

한밤중에 멍에전망대를 갔었잖아?

언덕 끝까지 올라가면 별을 더 잘 볼 수 있었지만,

엄마 아빤 추워서 더 못 올라가고 멈췄었지.

그때 네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해.


"조금만 더 가면 되잖아!'


너무 추워서 그만 올라가라는 엄마 아빠의 부름에

너는 저렇게 소리치고 저벅저벅 올라가더구나.


한 대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래. 조금만 더 가면 되는  난 왜 멈춰 섰지?

추위는 같이 느꼈을 건데 왜 난 멈췄을까.

결국 넌 언덕 위에서 별을 보고 내려왔고,

춥다고 소리치며  모습에

아빤 너무 뭉클했었단다.


네가 대견한 동시에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고 말이야.


잘 자라줘서 고맙구나.

덕분에 아빠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어떻게 살아가야겠단 다짐도 하게 된단다.


너무 사랑하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딸아.


2022년 2월 17일

눈물 많은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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