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의 일들에 어떻게 대처하는 게 최선일까요?
얼마 전 딸아이가 느닷없이 어린이집 친구들 얘기를 하더군요. 어린이집 친구들이 자기를 밀치고 때렸다고 말이죠. 속상해하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아빠로서 매우 화도 났습니다. 감정적으로 대처할 일도 아니고, 사실 확인이 먼저란 생각에 다음날 날이 밝는대로 아이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친구 A는 제 딸을 밀치고, 친구 B는 때린다고 하더라고요. 상황이 어떤가요?”
“네, 아이 말이 맞아요. 안 그래도 그 친구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는데 잘 개선이 안 되네요. 더 신경 쓸게요.”
사실이 아니길 바랬지만 딸아이의 말대로였습니다. 선생님의 잘못이 아님에도 어쩔 줄 몰라하시는 모습에 저도 덩달아 죄송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당사자인 딸과 관리자인 선생님을 통해 사실을 확인했지만, 마땅한 대처는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일에 부모가 섣불리 개입하는 것도 맞는 방법은 아닌 거 같고, 더군다나 아이들을 지휘 통솔하는 선생님도 계신데 제가 나서는 건 오지랖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선생님이 명확히 현 상황을 인지하고 계셨기에 우선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아빠, 손등이 아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손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친구가 꼬집어서 손등이 벌겋게 되어 있더군요.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참았습니다. 혹시나 아이의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고, 사실이라 하더라도 여전히 마땅한 대처 방법은 없으니 말입니다. 이후 선생님을 통해 재차 확인을 했고, 이번에도 역시나 사실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몇 차례 아이는 얘기하더군요. 누가누가 자기를 때린다, 밀친다, 꼬집는다 등등. 마음 같아서는 그 친구들을 직접 교육시키고 싶지만, 그래서도 안 되고 그 방법이 결코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에 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나서기도, 그렇다고 아이가 이겨내야 할 일들이라 떠밀며 방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사실 ‘구타’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 역시 모르는 일입니다. 딸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구타’가 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고민과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안 좋은 상황을 가정하고 상상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옵니다. 가능성은 적겠지만 마냥 아이 말만 들어주다간 괜한 친구들을 ‘가해자’로 만들 수도 있기에 조심스럽고 말입니다.
사실 확인보단 무한 공감
제 경험상 대처도 마땅치 않은 사실 유무 확인은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보단 아이의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에 공감해주고,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게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더 나았습니다. 아프고 화나고 속상하지만 아이의 성장을 위해 기꺼이 감내해야 하는 과정이니 어쩔 수 있겠습니까. 상처가 빨리 그리고 덧나지 않고 아물 수 있게 도와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겠지요.
다만, 아빠인 저는 점점 작아지는 기분입니다. 아빠도 별 수 없더라고요. 슈퍼맨처럼 언제 어디서든 ‘문제 해결’을 쥐도 새도 모르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혼자 속앓이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빠라는 역할이 쉬울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 예상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말이죠. 딸아이와 오늘을 함께 보내고 있고, 더디지만 함께 조금씩 성장하고 있음에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