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두 번째.
너무 사랑스러운 딸아.
지난번 편지 이후로 어느덧 5개월이 흘렀구나. 너의 성장 시계가 아빠의 인생 시계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지는 걸 보니, 너의 하루하루가 얼마만큼 아빠에게 소중한지 알겠구나. 어느 날 돌아봤을 때 최선을 다했음에 후회가 없었으면 하지만, 다른 엄마 아빠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 미리 속상하구나.
해뜨기 전이라 깜깜한 아침인데도, 출근하는 아빠의 인기척에 실눈 뜨고 뽀뽀로 인사해 주는 너 덕분에 매일 뭉클한 행복을 느끼는구나. 아빠라는 말이 어색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빠라는 역할이 삶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단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늘 아빠 생각을 먼저 해줘서 너무 고맙단다. 어떻게 키우나 걱정만 가득했었는데 어느새 너로 인해 감동을 받고 있는 요즘이 참 신기하고 행복하구나. 항상 지금 같진 않겠지만, 지금의 감정은 평생 가슴에 남아 큰 힘이 될 것 같구나.
한껏 건강해져서 너무 고맙구나. 감기도 금세 이겨내는 너를 보니 진정 안심이 되는구나. 점점 친구들하고 밖에서 뛰어놀 시간이 많아질 텐데, 다치지 않게 항상 조심해야 한다. 너의 몸이 아프면 그 몇 배로 엄마 아빠의 마음은 찢어지게 아플 테니 말이야.
예쁘게 말해줘서 너무 고맙구나. 이건 네 엄마에게 감사해야 한다. 세상 그 누구보다 예쁘게 얘기하는 엄마이기에 아빠도 반성 많이 하고 있고, 그 영향을 받아서 너도 예쁘게 얘기하게 된 거니 말이다. 말의 힘은 상상 이상이라 항상 조심해야 하는 거 잊지 말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한 가지. 무엇보다 너 자신의 행복을 놓치지 말거라. 아빠인 입장에서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너의 행복에 초점을 맞춰서 살아야 한다. 자신의 행복을 잘 챙겨야 주변도 행복하고, 그래야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화목할 수 있는 거란다. 네가 행복하면 주변에 그 기운은 자연스레 퍼지게 마련이니,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구나.
매일 하는 얘기지만 곁에 와줘서 고맙고, 항상 웃게 만들어 줘서 한 번 더 고맙다. 사랑해.
2019.11.26
딸바보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