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편
단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프리다이빙 강사가 되려고 하면 수심 40미터를 CWT로 다녀올 수 있어야 한다. 40미터를 다녀오는 게 쉽지가 않다. 10미터, 20미터, 30미터는 프리다이빙을 하며 막힘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 다행히 이퀄라이징을 하는데 무리가 없었고 천천히 수심을 늘려가다 보니 부상없이 몸도 적응을 했다.
하지만 35미터 부터는 벅찬 느낌이 들었다. 내려갈 때는 괜찮았지만 올라올 때 허벅지가 터질 것 같고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과연 무사히 올라와서 수면에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35미터의 벽
내 마음속의 한계였다. 꽤 오랜 시간 동안 35미터 벽을 넘지 못했다. 트레이닝으로 이미 몸은 35미터를 갈 수 있는 상태였지만 내 마음속의 두려움은 35미터를 허락하지 않았다. 내려가다가 30미터만 넘어가도 두려움 때문에 얼리턴을 하고 수면으로 올라갔다.
내려갈 때 반드시 눈 앞에 있는 줄을 봐야 한다. 갑자기 고개를 들어 밑을 보면 기도를 다칠 수 있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 한번은 35미터를 목표로 내려가는데 두려움이 확 밀려왔다. 어디까지 왔나 확인하려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바닥을 쳐다보았다.
목에 통증이 밀려왔고 바로 턴을 해서 올라왔다. 수면에서 회복호흡을 하는데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침을 뱉어보니 피가 섞여 나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기도에 스크래치가 생겼다. 기도 회복이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35미터 도전했지만 역시나 도달할 수 없었다. 내 안에 갖고 있는 심리적인 두려움. 그 누구도 대신 그 두려움을 깨뜨려 줄 수 없었다. 오직 내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30미터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이 갔다고 생각했다.
40미터가 뭐 길래. 굳이 이걸 꼭 해야 할까 생각했다.
하지만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었고 내가 40미터 바다에 가보자고 마음먹었던 것이었다. 맘 편히 포기하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나중에도 계속 생각이 날 것 같았다. 다시 부딪혀 보자고 생각했다.
왜 35미터에서 두려움이 생기는가.
숨이 편하지 않았다.
마스크 압착을 풀기 위해 내려가며 조금씩 코로 공기를 내보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마지막에 숨이 모자랐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기를 써야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려갈 때 에너지 소모를 줄여야 했다. 20미터까지 피닝을 해서 내려가고 그 후로는 음성부력 상태로 피닝을 하지 않고 프리폴로 내려갔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15미터 부터 프리폴을 타는 것으로 바꿔보았다. 프리폴을 탈 때 눈을 감고 최대한 편안한 마음으로 내려갔다. 조금씩 두려움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내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과의 싸움. 두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자세히 보면 보인다. 막연히 두렵다라고 생각하면 그 두려움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마음속을 지배하게 된다. 하지만 차분히 그 두려움의 실체를 들여다 보면 알 수 있다. 결국은 원인이 있고 해결 방법이 있는 것이다. 두렵다고 피하면 끝까지 이겨낼 수 없는 것이다.
두려움에 부딪히고 깨져보고 그러면서 그 실체를 알게 되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
35미터 두려움을 이겨내니 그 후로는 쉬웠다.
36미터
37미터
38미터
39미터
4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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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두려운 것을 마주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때 그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잘 찾아보면 이겨낼 수 있는 방법 역시 반드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