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디피카> 책 처음 부분 선 자세부터 시작한다. 무릎에는 힘을 주지 않고 다리를 곧게 펴되 발바닥에 고르게 힘을 주어 지면을 누르고, 허벅다리 근육은 끌어올리라고 한다. 올리라는 허벅지 근육은 못 올리고 배에만 힘을 “흡! 흐읍!” 준다. 그래도 복부에 힘주기가 모든 아사나의 0순위이니까 잘하고 있다.
한 다리로 중심을 잡아 서기를 할 때 내 발을 보니 5개의 발가락이 내 무게를 지탱하느라 야무지게 오므리고 있었다. 발뒤꿈치에 힘을 못 주고 앞부분에 무게가 쏠려있으니 누가 조금만 손가락으로 건드려도 바닥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선생님이 도저히 안 되겠다고 버피와 스쿼트 변형 몸풀기 훈련! 을 시키는데 허벅지에서 불날 것 같은 뜨거운 맛을 봤다. “10!” 숫자를 끝으로 쉴 줄 알았는데 “한 번 더!, 한 번 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에요!”
아니에요. 못하겠어요. 하고 주저앉았다. 그동안 나는 운동을 한 게 아니고 마라톤도 그냥 깡으로 달린 거였고, 요가 동작들도 발과 허벅지에 힘을 못 쓰고 그냥 동작을 흉내 내고 따라 하기에 급급했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 뉘우치고 반성했다.
왜 이렇게 조급해하는 것인가…. 허벅다리 앞 근육을 못 쓰고 햄스트링도 뻣뻣하니 모든 동작이 잘 되질 않는다. 그 순간 급격히 우울해지고 집중력도 흐트러졌다.
요가 프로필 사진을 찍는다면 취하고 싶은 포즈가 <아르다 찬드라> 데 수업 시간에 두 분의 선생님이 내 옆에서 잡아주고, 블락도 대주며 “괜찮다, 괜찮다.” 위로와 응원, 급기야는 내가 들고 있는 한쪽 다리를 부축까지 해주었지만 끝내는 맘에 드는 동작을 완성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방법을 알았으니 연습하면 된다고 했지만 공부하는 방법을 안다고 모두가 서울대 가는 건 아니니까…. 호흡을 가장한 한숨과 허탈함의 숨을 내쉬며 매트에 고개를 떨궜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는 걸 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오늘부터 나는 허벅다리에 불을 지필 것이다. 집에서 하루에 한 동작씩 연습해서 동영상을 보내라는 선생님의 숙제도 받았겠다, 고통뒤에 성장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을 것이다.
몸과 마음에 깊숙한 곳에 단단한 뿌리를 세우고 위아래로 곧게 뻗을 수 있게끔 기초 공사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