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도전

걷기에서 달리기로

by Serendipity

꾸준히 한 달간 걸었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걷기 코스가 생겼다. 매일 반복되는 같은 길도 걷을 때마다 그 느낌은 사뭇 달랐다. 어떤 날은 거리의 모습에 시선이 꽂혀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건물에 있는 다양한 상점 등이 눈에 들어왔고, 어떤 날은 계절의 변화, 날씨 상태, 공기에서 전해지는 냄새 등에 나의 감각이 집중되기도 했다. 비록 내가 생활하는 작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제한된 장면이지만 삶의 다양한 역동성을 느낄 수 있었다.

다리는 걷기에 익숙해졌고 힘도 생겼다. 그래서 가볍게 뛰어보기로 했다. 사실 걸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때, 한 달 정도 걷고 나면 본격적으로 달려야겠다는 계획이었다. 30대 초반, 약 2년간 달리기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나만의 코스를 정해 놓고 거의 매일 10km를 달리면서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생활의 힘을 보충하였다.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며 함께 달리는 즐거움도 만끽하며 한계에 도전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억이 다시 뛰어야겠다는 의지의 싹을 틔웠다. 40대 중년이 된 지금, 30대 초반 시절과 다른 점은 달리는 이유였다. 그 당시는 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슬픔을 잊기 위해 달렸지만, 지금은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함이었다. 달리는 이유는 달랐지만, 분명한 점은 과거의 달리기 경험이 현재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거리를 점점 늘려가는 방법, 페이스 조절하는 전략, 장시간 달리기 위한 주법 등을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날. 걷기처럼 ‘절대 무리하지 않기’를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마음에 새겼다.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부터 풀고, 처음 10분간은 걸었다. 그리고 나만의 페이스에 맞춰 40분을 달렸다. 가슴과 등에 땀이 맺히는 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20분간 운동을 지속하면 체내 지방이 서서히 분해되기 시작하는데, 40분 정도면 지방을 태울 수 있는 다량의 산소 공급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달리고 나서는 다시 10분을 걷고 정리운동으로 마감했다. 이처럼 한 시간 달리기 운동을 10분 걷기, 40분 달리기, 10분 걷기로 나누어 실천하면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물론 사람마다 신체조건, 과거 운동 경력, 지구력, 근력 등과 같은 측면에서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조건에 따라 이 패턴을 적절하게 변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0분을 연속하여 달리기 어렵다면 10-20-10 혹은 10-30-10으로 시작하여 달리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조금만 달려도 힘든 초보자라면 자신의 능력치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걷는 기간을 좀 더 늘려 다리에 힘을 키우거나 걷다 뛰다를 반복하면서 달리기에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걷기와 달리기는 확연히 다르다. 첫째, 걷기는 정적인 유산소 운동이고 달리기는 동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무릎 관절 상태가 좋지 않은 노약자는 부상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안정적인 걷기가 좋지만, 단시간에 칼로리 소모량을 늘리고 지방을 태우고 싶다면 달리는 것이 좋다. 둘째, 걷기는 편안한 마음으로 다양한 사색을 즐길 수 있다. 즉, 걷기는 활동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높지 않아 다양한 생각을 병행할 수 있다. 그러나 달리기는 높은 집중도가 요구되는 활동이다. 달리기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자칫 방심하면 부상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달려가는 길 위에 있는 작은 돌멩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발로 디딜 때, 발목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걷기는 식사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활동이다. 다소 포만감이 있더라도 무리하게 걷지 않는다면 다리 근력 강화뿐만 아니라 소화도 촉진된다. 그러나 달리기는 식사 여부에 영향을 받는 활동이다. 음식을 먹은 후 바로 뛰게 되면 위장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소화가 되고 나서 뛰는 것이 좋다. 또한, 달리기는 걷기에 비해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는 운동이기 때문에 공복 상태에서 달리면 급격한 체력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바나나, 초콜릿 등과 같은 가벼운 음식으로 열량을 보충하고 달리는 것이 좋다.

걷기와 달리기는 공통적으로 경제적인 운동이다. 큰 비용 부담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시공간의 제약도 받지 않는다.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이면 언제 어디서나 걷고 뛸 수 있다. 차와 사람들로 붐비는 도심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도를 따라 가볍게 걷거나 달리다 신호등과 마주하면 잠시 멈추고 쉬면 그만이다. 다시 상황이 바뀌면 계속해서 나아가면 된다. 대신 내 몸의 체력, 수준, 조건, 상황에 따라 앞서 언급한 걷기와 달리기의 차이를 고려하면 더욱 안전하고 행복한 운동을 영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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