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설 Jan 05. 2024

파워 내향인의 친구 만들기 프로젝트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다는 글을 썼다고 해서 한순간도 외롭지 않은 건 아니다. 우울증에 걸리지 않아도 누구나 우울해질 때가 있는 것처럼, 누구든 여러 감정을 조금씩은 경험하기 마련이니까.


  지난 연말은 특히 외로웠다. 따로 사는 가족들은 돌아가면서 심한 감기에 걸려 만날 수 없었고, 내 친구들은 대부분 아기가 있는 워킹맘이다. 친구들에게 주말은 아기랑 남편과 보낼 수 있는 유일하고도 귀한 시간일 것이다. 예전처럼 놀자고 마냥 불러낼 순 없다. 그렇다면 난 이 연말에 누구랑 논담. 게다가 난 1인 사업자라 잡담을 나눌 직장 동료조차 없다. 인스타그램 속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고, 송년회를 한다. 나는 스마트폰을 통해 그런 사진을 들여다보고나 있다. 에휴. 


  외로운 건지 심심한 건지 모를 시간 속에 있으니 스멀스멀 이런 생각들이 들었다. 상담소 운영은 때려치우고 어디 직장에 취업이라도 할까? 동료들이랑 점심 먹으면서 잡담이라도 하면 나을 것 같은데. 동호회라도 들어가 볼까? 사람들을 만나 취미 생활을 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금방 사라지고 만다. 회사에 취업하는 거나 새로운 동호회에 들어가는 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의 조직적인 업무 스타일은 나에게 맞지 않는다. 미치도록 좋아하는 취미도 없는데, 동호회에 들어가서 정기적인 모임을 갖는 건 좀 시간과 체력이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다가 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파워 내향인이기도 하다. 


  친밀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좋아하지만, 그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 가족들과 살면서 직장에 다닐 때에도 주말 하루쯤은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혼자 시간을 보냈다. 혼자 방에 박혀 침대에 눕다시피 기대 앉아 소설책을 읽고 영화도 봤다. 때로는 혼자 카페도 가고, 드라이브도 갔다. 평일엔 직장 사람들과 교류를 했고, 어쩌다 한 번씩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처럼 혼자 사는 데다가 일도 혼자 하고 있으니 사람들과의 접촉이 부족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외롭지 않으려면 내가 나서서 만나야 할 때다.

 



  임상심리전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친목 모임을 할 구성원을 모집한다고 글을 올렸다. 스터디 모임처럼 특별한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일 얘기도 공유하며 서로 느슨한 친분을 교류하는 모임 말이다. 신청자가 없으면 조용히 없던 일로 해야지 싶었는데,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겠다고 연락을 해왔다. 첫 모임 때, 이렇게 나서서 모임을 만들다니 파워 E(외향형) 아니냐고 모임 원들은 나에게 물었다. 아니라고 답했지만 그러한 답변이 없었더라도 내가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걸 눈치 채는 데 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을 테다. 


  사무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옆에 서 있던 사람들이 아는 얘기를 하고 있으면 나도 한 마디씩 거들 때가 있다.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 라도 사소한 대화를 하며, 엘리베이터를 타는 짧은 시간을 즐긴다. 오픈한지 얼마 안 된 빵집에 가서 저번에 산 소금 빵 너무 맛있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러니 사장님은 기뻐하며 휘낭시에 하나를 서비스로 주었다. 이런 내 얘기를 들은 친구들은 갑자기 외향형 인간으로 바뀐 거냐 했다. 나는 외향형 인간이라기엔 여전히 먼저 앞에 나서기는 수줍고, 딱히 할 말도 없고, 혼자 있는 시간이 좋은 걸...


 



  평일에는 일을 하며 홀로 보내고, 휴일 중 하루 정도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번갈아 만난다. 나의 경우엔 이 정도만 되어도 외롭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남은 휴일 하루도 금방 지나가고, 집안일만 해도 시간은 잘 간다.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로 다시 대면 강의도 늘어나서 글쓰기를 배우러 다니기도 한다. 수강생들과 마음의 깊은 부분까지 얘기하는 건 아닐지라도 인사와 가벼운 말 한 마디, 그런 교류들 덕분에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지도 모른다. 심심한데 갈 곳이 없을 땐 집 근처 공원이라도 한 바퀴 걷고 오면 나아진다. 거기 있는 이들과 소통을 하진 않더라도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 나도 있는 거니까. 


  그렇지만 이번 연말처럼 정말 만날 사람도 없고, 갈 데도 없고, 세상 사람들은 나만 빼고 다 즐거운 거 같을 땐 외롭고 서러워진다. 이럴 땐 가까이 사는 단짝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코미디언 송은이에게 김숙이라는 단짝 친구가 있는 것처럼, 나한테도 일도 공유할 수 있고 취미도 같이 즐기는 그런 친구가 가까이 있길 바란다. 그렇기에 자조모임도 만들고, 글쓰기 수업도 가면서 여기저기 기웃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파워 내향형이 친구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이전 11화 혼자 살아도 지구는 둥그니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