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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광섭 Mar 06. 2019

면접관도 공부를 합니다.

휴학하고 돈 모아서 세계 일주 #9

갑자기 웬 문자?

   요즘엔 문자를 잘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아마 데이터를 이용하는 메신저가 나와서 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카카오톡이요. 그런데 학원에서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오는 아이들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더 선호한다고 하더라고요. 친구들이랑 헤어질 때 “카톡해~~” 말고 “페메 해~~”라고 이야기한다네요.


   그나저나 오늘 오랜만에 제 휴대폰으로 문자가 하나 왔습니다. 거의 일주일 동안 메시지 어플은 열어볼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웬일인가 싶었죠. 내용은 이랬습니다.


<모의면접 아르바이트>
<***컨설팅>
<유명 대기업 한XX력공사>
강남역 인근 (자세한 위치는 합격 후 공개)
시급 : 10000원 (식대 따로)
일시 : 10월 12일 10:00 ~ 15:00


   오 이 정도면 꿀알바인데?


   모의면접 아르바이트. 아마 올해 초에 일자리를 찾으면서 구직 사이트에 올려놓은 제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온 듯 싶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아르바이트긴 한데 일단 시간도 시급도 괜찮아서 지원했죠. 그리고 담당자에게서 메일이 왔습니다. 합격하셨다고. 아르바이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공기업은 면접관을 양성하는 과정 중에서 마지막 절차로 실전 면접을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면접자를 필요로 하는데, 제가 그 역할로 뽑힌 겁니다.


   담당자는 메일을 통해 간단한 아르바이트의 개요를 설명해주고 준비사항을 덧붙여 알려줬습니다.


   - 자기소개서 및 회사의 대한 조사


   원활한 면접 진행을 위해선 실제 면접처럼 피면접자가 준비를 해와야 한다는 것이었죠.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그냥 거저 하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면접 준비를 잔뜩 해야 했습니다.




나만 공부한 게 아니구나.

   제 이름이 호명되어서 면접장으로 향했습니다. 제 아무리 긴장되어도 그래 봤자 모의면접인데. 자리에 앉아보니 일대 다수 면접이었습니다. 제 앞에는 5명의 면접관님들이 앉아있었고, 그 주위로 임원들이 쭉 둘러앉아 채점지를 책상에 올려놓고 있었습니다. 한 손으로는 볼펜을 돌리고, 한 손으로는 커피를 마시며 저 말고 면접관님들을 무섭게 노려보더라고요.

   가만 보니 상황이 꽤 웃겼습니다. 잔뜩 긴장하고 들어갔는데, 오히려 저보다 긴장하고 있는 면접관분들이 앉아있었죠.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뒤바뀐 입장에 처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죠. 면접관님들은 애써 긴장한 표정을 감추며 저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대답을 시작하자 제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경청해주셨죠.


클리셰한 인성 질문 몇 개, 아주 간단한 기본 전공 질문 몇 개. 생각보다 간단하게 면접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자 이번엔 임원분들이 저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면접관들이 저를 편하게 해 주었냐. 스스로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도록 만들어 주었냐. 정말 쓸데없는 질문은 없었냐. 누구의 표정이 가장 좋았으며, 누가 제일 경청해주었냐. 솔직하게 대답해주길 바란다. 우리 면접관을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건 또 이것대로 성심성의껏 대답했습니다. 그러곤 저는 면접장을 나섰죠. 문밖으로 나서는데 몇몇 임원분은 면접관님을 혼내기도 하더라고요. 물론 칭찬도 했고요. 임원들과 면접관 사이에 건전한(?) 피드백이 오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르바이트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생각보다 매우 일찍 끝났죠. 예상된 아르바이트 시간은 5시간이었는데, 4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끝났습니다. 물론 시급은 약속된 5시간어치가 지급된다고 했습니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퇴근했습니다. 그러곤 학원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죠. 버스에 앉자마자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아르바이트도 생각보다 일찍 끝났고, 몸을 쓰는 일도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피곤했는지. 아마 잔뜩 긴장해서 그렇겠죠?


   역시 세상 어디든 쉬운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건 저뿐 아니라 그 면접관님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제 시선에서 본 면접관은 정말 무섭기만 했죠. 이 사람들이 나를 뽑을지 말지를 결정하기에 전지전능해 보였거든요. 어쩌면 제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저 자리에 앉아서, 본인 맘에 드는지. 이 친구가 말은 잘하는지. 성적은 어떤지. 그냥 그렇게 판단해서 종이에 챔점하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요. 아니네요. 그분들도 공부를 하고 교육을 받습니다. 분명 더 나은 사람을 뽑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비춰주기 위해. 역량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면접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들도 공부를 합니다. 서로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노력 중인 거죠.




사진 출처 : google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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