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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부동산 버블? 알지만.. 알려줘..

일본은 버블때문에 금리를 올린것이 아니다.

일본의 버블은 플라자 합의에서 시작합니다.


1979년~81년까지 미국은 실업과 불황을 감수하면서 금리를 급격하게 끌어올리면서 그동안 소비국으로서 늘어난 달러로 떨어진 달러가치 하락을 해결했어요. 하지만,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비싸서 수출이 안되고 무역적자가 늘어났죠.


달러를 가치를 지키면서 물건을 잘 팔리게 하려는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미국은 달러를 새로 발행하지 않고, 달러를 싸게 만들 방법을 만들었어요.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로 달러를 싸게 만들어라.


미국은 빠르고 효과적으로 달러를 싸게 만들기 위해서, '엔화와 마르크화는 사고 달러는 팔기.'로 5개국이 합의했어요. 지금은 이런 식으로 합의하면 사기, 불공정 단합이라고 난리 나요. 하지만 85년도에는 가능했죠.


합의대로 일본의 돈이 비싸졌고, 일본은 수출이 잘 안 돼서 경기가 침체할 것을 막기 위해 엔화의 할인율을 5%(1985년)에서 2.5%(1987년)까지 점차 낮췄어요.

당시 일본의 ‘할인율’은 지금의 ‘정책금리’와 같아요.


엔화가 비싸서 경기가 안 좋으면,
이자를 낮춰서 돈의 양을 늘려주자.


하지만, 엔화가 비싼데도 일본의 수출은 크게 변함없이 잘 팔렸어요.

수출도 잘 되는데 싸게 풀린 돈은 '사업자본'보다 부동산과 주식을 성장시키는 '자본투자'로 쓰이게 되었어요. 사업보다 편하게 돈을 벌 수 있으니, 당연한 흐름이었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돈이 너무 쉽게 풀리면 산업보다 부동산 등의 자본에 투자되는 것이 더 쉬워요. 심지어 87년 루브르에서 미국은 일본에게 일본 내 소비를 늘릴 것을 이유로 대출을 권장했어요.


돈을 빌리기 더 쉬워진 일본은 기업들이 빚으로 땅과 건물을 사고, 개인들도 주식과 집을 사면서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죠.


빚으로 산 것이라도,
다시 누군가의 빚에게 팔 수 있다면
나의 빚은 자산이 된다.
단, 빚이 유지될 수 있을 때까지만...


물론, 일본도 금리가 너무 낮으면 생활비가 오르고, 근로소득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래서 87년에 금리를 다시 올리려고 준비를 했어요.

금리를 다시 올리는 것은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 쓸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거든요.


그런데.. 같은 해 10월 19일, 미국의 증시 등 온갖 투자 상품들이 하루 만에 폭락을 하는 사건이 터졌어요. 이날을 '블랙먼데이'라고 해요.


달러의 약세와 블랙먼데이까지 겹친 미국의 상황은 일본의 할인율 인상(엔화 비싸게 만드는 것)을 취소하게 만들었죠. 심지어 87년 12월 바젤회의에서 '미실현 이익을 자본으로 인정(팔리지 않은 자산도 은행에 돈이 준비된 것으로 인정)'하면서 일본이 대출을 더 늘릴 수 있는 근거도 만들어 줬죠.

바젤회의 : 국가 간의 은행 규제, 감독기준 개발 및 국제협력을 위한 회의기구예요.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민주화 항쟁으로 군부독재로부터 투표권을 찾아옵니다.

박종철 열사(서울대)가 고문으로 서거(87년 1월)하고
이한열 열사(연세대)가 최루탄 피격으로 서거(87년 7월)하였습니다.
민주화 운동은 군부 독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택할 기회를 되찾는 운동입니다.
1987년 10월 27일 직선재로 개헌이 되어서,
12월 16일 국민이 대통령을 뽑는 투표권을 되찾아왔습니다.


1987년 12월
세계적인 불황이 터졌어도 일본은 대출을 늘려라.


덕분에 세계경제 침체에도 일본의 부동산과 주가의 상승은 지속되었어요.


하지만, 블랙먼데이의 경기 침체로 파산하는 은행이 늘어나자 88년 7월 바젤위원회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를 발표했어요. 이것을 '바젤1'이라고 해요.

1988년 7월,
세계은행들은 지급 준비율(BIS)을 8%에 맞춰라.
일본은 대출이자를 올려라
지급준비율 : 은행에 들어온 돈 중에 빌려주고 남겨두어야 하는 돈의 양입니다.

“지급준비율을 못 지키는 님들은 부실은행으로 분류될 거예요. 그러면 다른 나라와 돈거래하는 것을 허락 안 해줄 거예요.”


이게 결정적인 일본 붕괴의 신호탄입니다.


그동안 대출로 시장을 키운 일본의 지급준비율은 6%였는데, 일본은 세계은행들 간의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서 금리를 올려야 해요.

일본이 원하던 것이 아니에요. 어쩔 수 없었던 거예요. 환율의 균형도 맞추고, 지급준비율도 맞춰서 국가 간의 외화대출도 조정해야 했으니, 일본은 미국의 기조에 발을 맞췄죠.

(당시 미국은 금리를 7번 올렸어요. - 미국이 올리는데, 일본이 안 올릴 수 없는..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하죠?)


외국과 거래를 하려면 지급준비율을 올려라.
그러기 위해서 일본은
할인율(기준금리)을 올려야 한다.


1989년 5월 2.5% 였던 할인율을 0.75 포인트 인상해서 3.2%가 되었고, 이후 1989년 8월까지 5번의 인상을 더 해서, 1년여 만에 6%까지 올렸어요.

KBS 스페셜 '도쿄 1991' 중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은 1년여 만에 월 이자가 3배 가까이 늘어났죠. 한 달 대출 이자가 세 달 치로 올랐으니, 부동산 대출의 이자는 못 갚는 기업과 개인이 속출하고, 대출의 담보였던 부동산들이 은행에 차압되어 다시 급매로 나오면서 매도를 위한 가격 하락 경쟁이 됩니다.

이렇게 해도 빌려준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부실채권은 일본의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은행과 증권사들도 연쇄적으로 도산하고, 그 은행에 담보를 맡긴 사람들도 함께 파산을 해요. 대출이 묻은 곳은 모두 파국이었죠.


이후 1990년 4월 부동산 대출의 총량을 규제하기로 했죠. 우리나라의 LTV(자산 대비 대출비율)와 같은 것이에요. 이자가 올라서 돈을 못 갚는데, 부동산으로 빌릴 수 있는 돈도 줄였으니 버블 붕괴 속도가 너무 빨라졌죠.

고지마 노부타카 : 거품경제 시절 대형 부동산회사 회장 (출처 KBS 스페셜 '도쿄 1991')

기업은 급여를 줄이고, 근로자를 줄이면서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고 경기는 침체되었어요. 투기를 하지 못했던 서민들이 경제의 약한 고리로 구조조정의 대상자가 되었죠.

경기침체로 급여가 줄어든 서민들은 소비를 줄이고, 소비가 없으니 다시 경기가 침체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습니다.


이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라는 버블 붕괴의 과정입니다.


아무리 버블이라고 정부나 사람들이 느껴도, 자정을 위해서 대출을 줄이는 것은 많은 경우 국민적 반발에 부딪힙니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상승을 막지 말라.’고 반발하고 부동산을 갖진 못한 사람은 ‘기회를 뺐지 말라.’고 반발하는 것이죠. 전자는 하락을 걱정하는 반발이고, 후자는 상승을 걱정하는 반발이라서 둘이 ‘대출규제 반대’로 같은 의견이라는 것은 모순입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개인은 영민해도 대중은 합리적이지 못 하니까요.

결국 합리적인 정책이나 국민적 동의를 얻어서 빚으로 쌓인 거품을 뺄 수가 없어요. 거품은 참여자가 어쩔 수 없을 때,  참여자들에게 치명적인 대미지를 주면서 사라지는 것입니다.


간혹 부동산의 하락이 참여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으로 관망을 하는 듯이 평가되면서, 가격이 충분히 낮아졌으니 다른 참여자가 사고 싶어 지기 전에 선점하자는 식으로 상술을 부리는 여론이 있어요. 이것은 잘못된 분석입니다.

대중은 합리적이지 않아요.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실익을 따지기 전에 기회가 되면 최대한 사려고 해요. 코인도 부동산도 주식도 대출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일본의 버블 붕괴에서 반추해 볼 것은 '감당할 수 없는 버블’이란 판단은, 소비자의 감정적 기준이 아니라 국가 간의 정치적 조율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정부는 국민적 반발을 거스르면서 사전적으로 버블을 제거하지 못해요. 국가 간의 정치적인 이슈로 어쩔 수 없이 버블이 제거당하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최근 부동산 하락과 일본의 그것이 유산한 점들도 있지만, 30년이란 시대가 달라진 만큼 그때와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만, 버블의 붕괴는 국가 간의 정치적 조율에서 시작된다는 점은 상기할 필요가 있어요.

버블의 붕괴는 참여자의 공포가 아닌 ,
국가 간의 정치적 조율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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