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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Oct 19. 2024

30대 워킹맘이 퇴사를 하는 이유

엄마의 브랜딩 022

#1: 학교

5월달부터 학교에서 연락이 왔었다. 아이가 조용한 ADHD일수 있지 않을까해서 걱정되서 전화했다고 했다. 그리고 계속 정기적으로 연락이 왔다. 퇴사를 생각하셔야 하는거 아니냐고.


어렸을때 전학을 여러번 다니면서, 지금까지 아이를 키워보면서, 여러 학원을 다녀보면서 느낀 점은 "좋은 선생님 만나는 것은 천운과 같은 럭키이며,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일단 마음이 무너지고 정신이 아찔해진다. 선생님은 조심스레 요즘은 ADHD친구들이 많아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며 은근히 권하셨다. 엄마는 냉철해져야 한다. 내 아이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나다.


선생님의 말 한마디만 믿고, 당장 병원에 달려가 아이에게 약을 먹일순 없는 일이다. 필요한 상황이라면 조치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게 중요했다. 아이의 단면만 보고 전체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 기관과 심리상담, 연계된 기관까지해서 총 3군데를 방문해 상담을 시작했고 ADHD검사도 받았다. 학습센터에서 아이 성향검사 등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했다. 아이는 ADHD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성향이 굉장히 창의적인 스타일이라 한국 학교 스타일과 가장 극 대척점에 있어 규율, 학습 등이 습관화 되지 않으면 아이도, 선생님도 힘들어할 수 있다고 했다.


요즘같은 학교 분위기와 일이 많은 선생님들에게 학생 한명 한명의 개성을 잘 캐치하면서도, 살려줄 수 있는 선생님은 많지 않다.


나는 어떤 상황인지, 최대한 정확하게 파악해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2: 엄마

아이는 외동이었고, 나는 엄마들의 학원이야기 등등의 커뮤니티 모임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내 시간에 왜 아이의 학습 문제, 학원 문제, 학교 상황으로 몇시간씩 모이고 만나야 하는가. 관심사도 아닌 상황에서 그 루즈한 이야기들을 듣는건 정말 고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엄마들 모임에 잘 나가지 않았다. 작년 연말인가, 학교 단톡방이 있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간혹 생일 파티가 있었다는 것도 연말이 되어 알았다.


굉장히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이었고, 내가 어릴 땐 친구들과 밖에서 놀고 친구집에 가는게 좀 자연스러운 문화였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랐다.


엄마들이 연계되지 않으면, 같은 반 친구가 다니는 학원게 가지 않으면 같이 놀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잘 안나올 수 있는 거였다.


아파트 놀이터에가서 얼굴트고, 인사하고, 연락처도 교환하고 종종 만나고 같이 놀러도 가며 정보도 얻고 그래야 하는 거였다.


아이가 형제라도 있었으면 나았을까. 인싸가 되고 싶어하면서도 내성적인 아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친구들을 사귀고 어필하는, 프리스타일 아이가 되어 있었다.


아이에게 사교육을 하나 더 알려주고, 학원을 빡세게 보내고 학원 정보를 얻어야 했고, 이런건 후회되지 않는다. 지금도.


하지만, 친구들과 놀 수 있는 환경은 더 많이 만들어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개인주의, 독립적인 성향이었고, 언제든지 친구들을 사귀고 놀 수 있었기 때문에 아이도 잘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3: 아들

아이는 영리하고 암기력이 엄청 좋다. 말이 늦게 트였던 아이가 입이 열렸을때, 아이와 엄청 많은 대화를 했다. 토론, 인터뷰, 의견, 감정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면서 얼마든지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게 했다.


아이는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말하는데 매우 능수능란했고, 토론을 하면 내가 때도 많아졌다. 논리적인 근거가 있으니 반박할 없었다. 하지만, 그건 익숙한 가족들과의 환경_선이었다.


밖에서의 아이는


-친구들과 노는게 너무 재미있으면서도

-본인이 잘 못하는 파트에 대해 자존심 상해했고(단체 스포츠, 수학, 영어)

-내성적이면서도 동시에 인정 욕구가 엄청난 아이였다는 것을 알았다.


본인의 의견이 부정당하는 것에 대해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어른이든, 친구든 상관없이 따박따박 끝까지 따지는 면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한국 학교에서 가장 최악인 스타일이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정말 부드러운 스타일로 영약한 꾀돌이를 휘어잡으실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신 것 같았다.


상담 센터 선생님이 말하는 파트는 핵심 포인트를 잡아야 했다. 한가지 현상만 보고 여러가지를 단정짓거나, 선입견으로 얘기하는 멘트들 속에서 분별하는 게 필요했다.


내가 느낀 전문가 선생님들은 아이의 전부를 파악하는 게 아니었다. 그 아이의 핵심 문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담 경력이 짧은 분들은, 아이에 대해 다 파악한 듯 얘기하며 누구나 말할 수 있는 추상적인 멘트의 비중이 많았다.




#4: 결론

학교 선생님, 상담 선생님들, 학습센터, 반 친구들 등_의 정보를 종합해서 파악한 바로는


1)아이는 관계기술 스킬이 필요하다.

-특히 어른과의 관계에서

-기본 예의와 권위에 대한 존중_파트가 부족했다.

-한 마디로, 완전 외국 스타일_의 화법과 태도인데 한국학교에서는 완전 버릇 없는 아이_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2)필요한 학습파트는 따로 봐준다.

-학습의 목적은 성적보다 '하기 싫은 걸 해야할 때도 있다'와

-그걸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갖게 하는 것

-그로 인해 본인이 학교에서의 일종의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_이 필요하다.


3)정서적 안정+루틴의 필요

-몇 년간 좀 달라진 외적/내적 환경 속에서

-아이는 중국에서부터 유치원, 어린이집만 5군데를 다녔었다.

-한 곳에서 오래 적응하며 규칙을 배우기보다

-새로운 곳에서의 적응_을 토대로+어리기 때문에

-제 멋대로 하는 부분이 있어도 좀 유하게 넘어간 환경이 많았다.

-집에서 또한 외동이라 해야하는 시간에 대해 강요당할 환경이 굳이 없었다.


아이의 정서상태나 습관/루틴 파트는 유치원 시기에 제대로 습득되지 못한 상태에서 그대로 머리만 커진 케이스란 생각이 들었다. 본인의 삶을 관리할 줄 아는 능력은 아주 작은 습관에서 나온다.


또한 아이에게 몇년간 내재되었을 정서적 불안감 또한 충분히 이해하기에, 아이에게 엄마와 함께하는 일상의 안정감과 함께 이런 습관들을 잡아줘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단 결론이 났다.


물론, 한번에 결론낸 건 아니고 몇 달간 지켜보고 고민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일을 하다가 하지 않았을 때의 경제적 파트는 감안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분위기가 흘러가는 거라면 이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는게 낫다_는게 생각이었다.


좋은 습관을 잡아줄 타이밍과, 유년기를 비롯해 어렸을 때 잡아줘야 할 정서적/환경적 파트가 단단하지 않으면 나중에 본인이 괴로워진다는 것을 나 자신의 사례로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퇴사를 얘기했다. 7년만의 경력단절을 뚫고 회사에 이런 케이스로 들어온 적은 없었다는 '이상했던 사례'의 샘플로 4년간 다닌 회사였다.


나는 아이도 키우고, 나도 키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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