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ep.08
비하인드 스토리: 40대 여자 팀장의 하루
사무실이 조용하다.
다 차분하고 매너 있게 서로를 존중하고 웃으며
수평조직 하자며 직급 다 떼고
영어 이름을 부른다. 하하호호
큰 소리 오가지 않고,
쿨하게 사소한 근태(연차, 지각, 점심시간)
신경 쓰지 않는 듯 하지만 서로 지켜보고 있다.
각 팀장들은 같은 공간에서
팀원에게 별다른 화도 안 낸다.
(여기서 소리 없는 카톡 대화나 별도 회의실 호출은 제외)
근태나 지각을 두고 대놓고 뭐라고 하나.
퇴근을 뭐라고 하나.
각자 알아서 업무를 한다.
하는 듯 보인다.
굉장히 자율적이고 자유로워 보인다.
사소한 것보다 성과만 좋으면 된다
흡사 업무 과정에서 나오는 어떤 이기적 행동, 언행...일처리 불만, 개인의 업무 능력은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뒷 말만 무성할 뿐)
그런 조직이다.
입사 그리고 팀장 발령 전
팀이 신설되고
경력 공채로 같이 들어와 입사 동기가 되었다.
같은 팀이고, 나는 팀장급으로 팀의 선임/차장. 동기는 내 바로 직속 팀원 과장이었다.
모두 나름 “마케팅 전문가”로 해외마케팅팀 입사.
나는 인하우스, 그녀는 광고대행사 출신. 그중에서도 BTL 쪽. 그녀는 인하우스가 처음이라 서로 처음부터 업무 성향이나 경험의 폭이 너무 달랐다.
진실게임 1
나는 선임으로 팀에 배정된 업무 R&R를 가지고 서로 업무 파악 후 팀 세팅을 해야 했다.
무엇을 잘하고, 하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그녀는 “캠페인 기획”에 강하다고 했다. 근데 어쩌지? 우리 팀은 딱히 캠페인 기획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입사하고 바로 웹사이트 리뉴얼 프로젝트를 배정받았고, 그녀는 나머지에서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관련 업무의 경험이 없었다. 10년 넘게 무엇을 하고 뭘 잘하는지 본인도 나에게 이야기하지 못했다. 난감했다. 물어보면 이벤트는 “하찮아서 하기 싫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한다. 하지만 그 '의미 있는 일이 뭔데?'라고 물으면 말을 못 했다. 대안 없이 불평만 하고 일을 못 받겠다, 하고 싶지 않다는 그녀. 신입 아니고 경력직 입사 과장이다. 그리고 본인이 거부한 업무는 고스란히 다른 팀원들이 맡아야 한다. 이런 책임감 없고 이기적인 행동을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건가?
진실 게임 2.
우리는 해외사업 쪽인데 업무를 할 때 자신은 국내파라며 영어를 못한다고 한다. 나에게 이메일을 하나씩 보여주거나, 본문 내용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메일창을 열어놓고 턱을 괴고 날 쳐다보기도 했다. 차라리 신입사원이면 좋겠다. (하지만 난 속았다. 그녀는 E대 영어영문학과 출신에 외국계 광고대행사를 다녔고 영어 면접도 통과했다. 하지만 미리 업무 역량을 낮게 포지셔닝 해 일을 많이 안 하려고 하는 게 보이고, 해외파인 나에게 일을 미루거나 자신이 비교되는 게 싫고, 또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는 식이었다.) 나중에 나보다 더 네이티브 팀원이 들어온다고 했을 땐, 본인이 퇴사하겠다고 했다. (물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친절한 그분 덕을 보며 잘 지냈다. 칭찬 일색과 함께 간절히 도와달라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본인의 업무를 모두와 함께 한다.
진실게임 3.
입사 전, 나는 3개월에 수습 기간이 있을 거고 그 후에 팀장을 달 수 있다고 해서 입사했다. 그녀도 내가 팀장도 아닌데 사람들 앞에서 나를 “팀장님~~ 팀장님~” 불렀다. (물론 그러지 말라고 몇 번을 주의를 주었다) 그러다 영어 이름만 부르며 직급을 뗀다고 하니 그때부터 태도 돌변하고 내가 지시를 하면 내가 선임이지만 그렇다고 지시받는 건 아니지 않냐며 다 반대했다. (임시로 팀장을 겸임하는 본부장님 계심) 그러면서도 본인이 필요하면 불리할 때마다 “선임이니까” 팀의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 한다. 또 막상 해주면, “이런 거 아닌데...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다”라고 한다. (이상하다. 그럼 차장이 재수정해서 과장이 오케이 할 때까지 해줘야하나? 누가 지시를 하고, 누가 아랫사람이지? 이게 그녀가 실장으로 있을 때 일을 시키던 방식인가?...) 그래서 이게 아니라면, 아니라고만 하지 말고, 본인이 직접 한 번 작성해 보라고 했다. 로드맵. (결론, 그녀는 또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나는 다른 팀에선 팀의 선임이라 팀장급 회의는 다 불러 다녔고 아쉽게도 3개월 후에 팀장 발령은 내주지 않았다. (물론 그런 말을 믿은 내가 잘못이다) 난 7개월을 선임 팀원으로 근무하고 8월에서야 팀장을 달았다.
진실게임 4
SNS 채널도 운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지만 온라인 마케팅이 그나마 전문적으로 노하우가 쌓이고 필수이므로 다른 회사에 가서도 계속 활용할 수 있기에, 향후 그녀의 마케팅 실무 경력을 위해 배려 차원에서 그녀에게 페이스북 운영권을 주었다. 하지만 곧 '광고비 없다. 적다. 이 금액으론 안 된다. 자신은 영어 네이티브 아니라 영어 콘텐츠 자기가 못 만든다. 모든 대행사 쓰자'며 견적만 뽑아댔다. 모든 자신의 능력이 아닌, 하지 못한다고 손사례 치면서, 대행사를 써야 한다고 했다. 돈이면 다 된다는 대행사 출신의 그녀. 인하우스는 한정된 예산에 맞춰 운영해야 하는데, 중소기업 사이즈에서 어떻게 저렇게 큰돈을 쓰려고 하나 이해가 안 됐다. 정말 돈이면 다 될까? 한정된 예산에서 할 수 있는 제안을 좀 해주면 안 될까?
진실게임 5
1인 1 이벤트를 맡아야 해서 그녀에게 배정된 첫 이벤트는 숫자가 많고 분석이 필요한 이벤트였다. 본부장님이 지시해서 업무를 분배했지만, 자신은 계속 자리에 와서 못한다고 했다. 우선은 기존 기획/결과보고서를 복사해서, 내용을 채워나가면 되는 일이었다. 2주 내내 그녀가 한 것은 1장의 반도 아닌, 3분의 1 작성. 어이가 없고, 보고일은 다가와서 할 수 없이 내가 맡겠다고 했다. 그녀는 홀가분하게 너무 좋아했다. 그 대신 다른 이벤트를 맡으라고 했다. 보고서 작업을 어디까지 한 거냐고 알려달라 하니 그냥 "한 거 없으니 그냥 처음부터 새로 하면 돼요~"란다. 당당하다. 대행사라고 해도 이런 회사 내부 보고서는 기존 보고서들 보고 탐구하고 노력하면 따라가는데.... 그녀 경력이 의심된다. 말로 하는 광고영업만 했나 싶다. 자신의 약점을 어떻게 개선할지 배우고 노력하면 좋겠지만 그녀는 못하는 분야는 그냥 중도 포기하고 안 했다. (사람들은 내가 너무 약하게 나갔다고 하는데, 이 사람 입사 초반에 울면서 나에게만 개인적인 사정을(불면증, 심리 불안, 약 복용, 가족문제, 개인 사정으로 업무 집중 힘들다고 털어놓으며 모든 것에서 불리하게 만들었다. 그때는 개인적인 부분은 업무에 지장이 없고 일만 잘한다면 굳이 오픈할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그녀의 행실은 더 자유분방해졌다.) 가뜩이나 팀에 인원이 부족한데, 과장이신 이 분은 매번 업무 하기 싫고, 못한다,, 해야 할 업무는 하찮고 의미 없다.....그럼 여길 왜 다니는지 이해할 수 없었고 나는 언제까지 이런 황당한 억지를 들어야 할까. 원망스러웠다. 이 사람을 채용한 사람들이. 조금 그녀의 이런 특징을 알아도 나서서 위에서는 교통정리를 해주지 않는다. 나한테만 그런 행동을 보이기도 하고 팀원 관리는 팀장의 몫이니.
팀장 발령 후
팀장이 되어도 달라지는 게 없다. 인사권을 가지면 그녀가 말을 들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승진에도 관심 없다며 평가에 관심이 없는 듯 행동한다. 업무 지시를 해도, 예를 들어, 수정 사항이 5개면 본인 마음대로, 내키는 데로 3개만 한다 -(본인이 할 수 있거나, 티 안나는 유리한 내용) 지적해도 웃으며 (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한다) 사소한 거에 신경 쓰지 말자며 웃으며 넘어간다. (그녀는 다른 사람에겐 쾌활하고 잘 웃는 사람이다)
진실게임 6
매월 면담을 진행하면 그녀가 팀장에게 바라는 것은,
-자신에게 공격적이면 안 된다.
-자신에게 지적하면 안 된다...이다.
공격적이고 지적하면 기분이 나쁘단다. 당근만 필요하고 채찍은 거부 하나?
기분이 한 톨도 나쁘면 안 되나? 면담하면 자신의 업무 능력 부족은 한 20%, 나머지는 팀장 탓, 의욕 저하 탓, 조직 문화 탓하며 기본 1시간 합의하지 못하고 뭘 원하는지 답도 못 들은 체 팀원의 징징거림에 정말 진이 빠져 난 회의실을 나간다. 정말 다른 사람이 제발 같이 좀 일해보고 알았으면 좋겠다. (여기는 모두 약간 혼자 일하는 조직이다. 같이 일할 기회가 없으면, 이 사람의 이런 부분을 잘 모른다.)
어제 인사 권한과 평가 권한이 있는 팀장으로서
팀에 새로운 팀원이 오게 되어 그녀가 개선하거나 공유하지 못하는 주 업무를 변경 통보했다.
무슨 자존심인지 회의하던 아랫사람들은 본인이 내보내고, 다른 과장만 남기고 할 말이 있다더니
기분이 불쾌하시다며 퇴사하겠다고 한다.
내가 상의를 안 한 건 아니다. 작년 10월부터 그녀가 한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처리 못해 충원 공고를 냈고, 작년 말 사업계획서 짤 때도 충원하면 뺄 거다 공유했다.
그땐 아무 말 없었다. 본인도 SNS 운영이 처음이라 잘 모른다고 했고, 다른 기능을 좀 더 확대하거나 효율성을 따지려 하자 다 돈이다, 광고비만 늘리면 된다였다. 관련 교육은 한 번 밖에 듣지 않았다. 노력을 안 하고 내가 수정 보완하라는 업무 개선은 거의 해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과장이지만 과장 일을 못하는 팀원을, 사람이 좋다고 마냥 모르쇠 할 수 없었다. 일은 우선 해야 하지 않은가? 회사 아닌가?
원래 팀장 지시는 칭찬이 아닌 이상 기분 나쁠 수 있다. 팀장이 지시를 지적처럼 하지 않는 방법이 있나?. 몇 달째 심리가 불안정하고 감정적인 팀원 때문에 내가 말할 때마다 눈치 보고 맞춰야 했던 고충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진실게임 7
우리가 흔히 하는 말, “보고에 의한 보고서”, "연차 낼 때 이유 묻지 않기", "자율을 주기" , 본인이 원할 때만 이유로 가져다가, 업무를 안 하려고 한다. 주간 계획, 월간 계획을 쓰라고 했는데, 이런 건 왜 쓰면서 업무를 하냐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한다. (보고서 제출 기한에 항상 제출을 못하는데, 그것도 업무 능력 아닐까?) 말문이 막힌다. 어쨌든, 본인은 이런 "비효율적 조직문화"에서 내가 윗분들에게 어필해서 없애라고 한다. (나 아바타인가?) 그런 게 팀장님 역할이란다. 본인 역할이나 정의하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어이없는 논리와 자기 합리화에 난 말문이 턱 막힌다.
새벽 2시
.... 잠이 오지 않았다.
근래에 팀은 작은데 다른 과장이 갑자기
다른 부서 이동이 될 수도 있다고 하고,
(다행히 남기로 했지만)
이 동기 과장과는 개선에 여지가 없고
조금 편하게 해 주면 기어오르고 팀장 깎아내리는
발언을 농담처럼 했지만 다 참았다.
그녀의 말에, 행동에 매번 반응하는 게
능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주 그녀의 도가 넘는 발언과 무례한 행동이 있었고 난 더 이상 그녀와 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팀원 때문에 퇴사를 해야 하나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어짜피 누군가는 이것도 팀장의 책임이고 개선이 안 되니 내 불찰에 책임지라하면....) 팀 업무 성과를 위해서 업무 변경을 통보하니 본인이 불쾌하다며 더 이상 기분 나빠서 일을 못하겠고 나한테 화를 내고 나를 순식간에 이상한 사람 만들며 퇴사 통보를 한 그녀.
'이제부터 다 업무 손에서 놓을 거고, 안 할 거다. 이번 주 까지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업무 인수인계하고 나가겠다' 며 그녀는 회의실을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다른 여자 과장도 그녀를 따라갔다. 나만 회의실에 남는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덧,
그녀는 역시나 오늘 회사에 나오지 않았다. 무단결근이다.
항상 반차, 연차 당일 통보를 해 온 그녀의 이런 행동이 놀랍지 않다.
회사를, 팀장을, 참 어려워하지 않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