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삶

by miel






퇴근하는데 비가 오네요. 오랜만에 빗줄기에 운전하기에는 복잡하지만 그래도 좋은 저녁시간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요즘 계속 듣고 있는 [잔나비의 뜨여남품]을 무한반복을 하며, 내 세상으로 가는 저녁시간을 맞이 합니다. 살짝 어두운 방안에 음악이 퍼지면 온전한 내가 되어 충만한 행복감으로 가득차서 울렁거립니다.


인간에게 있어 낭만은 무엇일까요. 인간이 인간임을 느끼고 즐기는 그 시간입니다. 모든 감성을 압살하는 생존을 생각하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고, 나누고 그리는 시간은 기계 같은 삶을 사는 우리를 뭔가 다른 세상으로의 초대이자 휴식이자 리프레쉬의 시간과 공간입니다.






낭만적인 것인 삶을 살기를 지향하는 나로서는 현실이 어떤 상황이든 낭만적인 방향을 찾으려 합니다. 그래서 가끔 가족들에게 철없는 누나이자 동생 같은 언니라는 소리도 듣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런 자신이 진심 한심했고 그런 감성을 버리려고 했고 또 실제로 그렇게도 살았으나 더욱 불행해지기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하든 내 행복을 기준으로 살기로 결정을 하고 살았었지요. 이렇게 밖에 살 수 없기도 합니다.


정말 좋아했던 인생 드라마 역시 도깨비, 동백꽃필무렵, 눈이 부시게 등등 극히 비현실적인 내용들을 보곤합니다.
노래의 내용들도 브릿팝이나 잔나비, 나얼, 클래식, 워쉽 , 캣츠, 지킬엔하이드, 아델 등등의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아름다웠던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며, 책을 읽거나, 글을 읽거나, 글을 쓰는 순간은 역시 매우 낭만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습작들은 낭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주 가끔은 인터넷이나 너튜브를 통해 그림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는 여행을 떠날 예정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가는 여행입니다. 그동안 험난한 시간을 보내온 나를 쉬게 해주고 싶어서지요. 그동안의 삶을 정리해보는 낭만적인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제가 혼자 살아가는 이유도 이 낭만을 즐기고 싶어서일 수 있습니다. 물론 가정생활을 영위하면서 낭만적인 삶을 살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저는 혼자 사는 삶 속에서 낭만적인 삶을 살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을 거라는 예상을 했었지요. 혼자 사는 삶이 훨씬 자유롭고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은 것은 사실이니까요. 가정을 가지면서도 낭만적으로 사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는 사실 제게 주어진 한계속에서 낭만을 만들어 가는 것뿐입니다.





나의 관심사는 물질이 거의 있지 않습니다. 계산하는 것을 극도로 최소화하며, 계산하는 순간의 기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꼭 해야 할 순간에만 계산을 합니다. 생활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역시 저는 세일이나 원 플러스 원에 대하여 물가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으며 관심을 갖고 싶지 않아 합니다.


살림에도 관심이 없는 것을 보면 이렇게 살아갈 운명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저의 글들은 소소한 일상이나 현실의 이야기가 아니라 관념들의 조각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혼자 생각하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사는 삶이 내가 가장 원하고 바라왔고 이상적인 삶입니다.






비현실적이고 이상주의적인 나의 성향이 세상을 살아갈 때 사실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사실 이 사회생활이 아직도 어색하고 재미없습니다. 그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정도 중심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직장생활 속에서도 간간히 낭만적인 나의 시간을 갖기도 하며 그 시간을 견디어냅니다. 모든 중심이 낭만적인 삶을 위하여 구성되어갑니다. 최대한 낭만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적당한 수입. 간혹 빠듯하더라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마음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죠. 두 가지 다 가지려고 하는 것은 조화가 무너졌습니다.






가끔은 낭만을 위하여 낭만을 해치는 직업이나 수입은 포기하기도 합니다.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지요.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돌아서 집으로 옵니다. 집은 가장 사랑하는 이 세상의 공간입니다. 이곳에서 중요한 일들을 하지요. 집은 인간임을 느끼고 생각하고 휴식하며 즐기는 곳입니다.


가장 낭만적인 순간은 생각을 할 때입니다. 인간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관계에 대하여 정치에 대하여 경제에 대하여 이 모든 것들의 총체들에 대하여 생각을 합니다. 그것들은 주로 글을 쓰면서 정리가 됩니다. 이전에 글을 쓰지 않을 때는 생각 속에서 정리를 하고 결론을 내었지요. 그 많은 생각들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다 놓았습니다.





너무나 인간적인 너무나 낭만적인 삶을 살고 싶습니다. 감성이 충만한 삶을 지향합니다. 그렇게 살고 싶어 그렇게 살기 위해 살아왔는데 지금은 그 꿈은 이룬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감성적이고 낭만적인 삶은 가능합니다.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정도 이상의 욕심을 내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 어렵지 않아요.


앞으로도 주욱 이렇게 살아갈 계획입니다. 내가 가장 원하는 삶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삶의 지향점입니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되어서도 오디오북을 듣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노트북을 두드리면서 침대에서 글을 쓰고 있겠죠.






사람들의 이야기에 부딪히지 않고 우리는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잊지 않고, 나쁘지 않은 관계를 가져가며,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면 이 낭만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선하지 않으면 낭만적일 수가 없습니다. 낭만은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지 않는 그 어떤 틈에서 흘러나옵니다.


우리가 낭만을 잊어버리는 이유는 낭만의 자리에 계산과 욕심을 채우기 때문이라고 느껴집니다. 무엇이 되든 되지 않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끌어안고 인정하며, 하루의 시간을 사랑과 기쁨과 평화로움으로 즐기시기를, 비 오는 날의 낭만을 향유하는 멋진 시간을 만드시기를 바래요. 브런치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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