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미 완전한 존재들 5
요즘은 한겨레에서 주최한 ‘100일 글쓰기 곰사람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말 그대로 곰 손도 100일간 글 쓰면 사람 수준으로 도달할 수 있다는 취지를 가진, 다소 강렬한(?)이름을 지닌 프로젝트이다.
글을 유려하게 쓰려면 사실 100일이 아니라, 몇 년이 걸린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습관을 바꾸거나 기르는 데 걸리는 최소 100일 동안 글쓰기를 반복하면, 적어도 유익한 습관 하나 얻어가는 게 아닌가.
그것도 그렇고 자꾸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 하나가 있는데 그게 참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나는 내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사실 숫기도 없고, 낯도 많이 가린다. 특히 말을 뱉을 때 많은 용기도 필요하다. 상대방은 나의 표현을 요구하는데 입을 꾹 다물고 있으니, 그런 성격 탓에 의도치 않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때도 많았고, 받을 때도 있었다. 또 담아두고 사니, 그게 미련과 화로 이어졌다. 심지어 그 화가 엉뚱한 곳에서 터져서 상대도 나도 난감할 때가 있었다. (이 글을 통해서라도 사과드리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고, 이런 삶을 살고 싶다고 내 의견을 피력할 줄도 알아야 내 삶을 당당하게 살 텐데,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모르니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곤 했다. 특히 가족들이 그랬다. “제발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좀 알자. 막사는 거 아닌 거 알지. 그래도 네가 뭘 하고 싶은지 알면 기도라도 하잖아.”
말을 해야 아는구나. 말 안 하면 절대 모르는구나. 말을 해야 전달도 하고, 싸워라도 보는구나. 내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내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깨달음을 얻으니, 더더욱 내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100일 글쓰기는 곧 내 목소리를 내는 연습이다. 시작한 지 14일 되었고, 14일 동안 거르지 않고 매일 글을 쓰고 있다.
매일 글을 쓰는 소감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나름 즐겁다. 즐거우면 즐거운 거지, 왜 ‘나름’을 붙이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이게 정말 쉽지 않아서 그렇다. 오늘은 글이 좀 잘 써지는구나 싶으면 내일은 잘 안 써진다. ‘창조는 어디서 오는가’, ‘사막에서의 생활을 상상해보세요’, ‘가슴 안에 소용돌이치는 여러분의 감정을 말해보세요’와 같은 주제는 쓸 때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당연히 재미, 위트 감동은 고사하고, 때론 정제된 글을 쓰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글로 바뀌는 걸 보는 건 참 기쁘다. 꼭 배를 출항시키는 느낌이다.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을 바다에 보내는 이미지가 상상된다. 또 기대도 된다. 내 이야기를 배에 실어 보냈는데, 돌아올 땐 어떤 것을 싣고 올까 하는. ‘나도 네 이야기가 공감돼. 나는 어땠냐면’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으며 잘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도 될 수도 있다.
아직까진 무사하다. 아무쪼록 남은 86일 동안 무사히 항해하길. 100일이 되었을 때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더라도, 분명 내 안에 작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며 그 변화가 나로 사는 인생의 이정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날을 고대하면서 글을 마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