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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Jan 15. 2024

스페셜티 커피. 그 작디 작은 우물안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산업 군 중, 하필 식음료, 그중에서도 커피, 바리스타였다. 

그리고 좁디좁은 '스페셜티 커피'라는 작은 우물에서 일했다. 이 바닥이 얼마나 좁냐면, 스페셜티 카페에 가서 앉아 있으면 아는 사람 5명씩 들어온다. 누구누구 아세요? 하면 대부분 지인들이 겹친다. 그 사장님의 지인이 그 매장 사장님이고, 또 그분의 지인이 내가 아는 바리스타고.....시장이 좁다 보니 숨죽여 일하기 힘든 곳이기도 하다. 나도 모르는 내 소식이 와전되어 전달되는 경우도 많고 남 이야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를 피할 수 있는 길도 없기 때문이다. 또 나는 모르는 사람이 나의 이력을 다 알고 있는 경우도 허다해서 약간 무서울 때도 있다. 항상 되뇌였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돼!


 예전엔 생소했던 '스페셜티 커피'. 요즘은 TV 광고에도 자주 나오고 편의점 커피에도 많이 쓰이니 그리 낯설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스페셜티 업계에서만 십여 년을 있었으니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단어지만 이쪽 업계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뭔데?'하는 반응은 당연하다. 보통은 커피=빽다방, 메가커피, 스타벅스, 편의점 커피로 통하니 말이다. 보통은 '신맛 나는 비싼 커피'로 알고 있기도 한다. "쉰 거 아니에요? 상한 맛이나요."라는 말을 듣기도 했었다. 발효 과정에서 나는 독특한 향미와 산미는 "커피는 다른 종류의 보리차" 정도로 생각했던 한국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이었다. (거의 아이폰 탄생급이었다.) 게다가 가격은 어떤가. 잔 당 4,000원~20,000원 사이에 밥 값과 비슷한, 어떨 땐 밥 값보다 더 비싼 커피를 마시는 일도 있었다. 그래, 나야 직업이니 경험해 볼 수 있지만, 커피를 매일 마시는 직장인들은 납득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음표를 던지곤 했다. 아니, 편의점 삼각김밥 먹고 커피는 만 원짜리 마실 거야? 말이 돼?


 그래서 스페셜티 커피가 뭐가 다른데?라고 하면, 뭐 무슨 기준의 점수가 80점 이상이고...이런 얘기는 사실 와닿지 않는다. 이런 예시를 들어보자.


  자, 우리가 딸기를 사러 갔어. 일단 유기농 코너로 가. 일반 과일 코너 말고, 유기농 코너. 응 거기 거기. 딸기의 품종이 많잖아? 내가 좋아하는 단맛이 강한 딸기를 골라. 어? 근데 나는 논산 딸기를 좋아해. 단맛이 강한 품종이 있는, 논산에서 나온 딸기를 골라. 그리고 논산 딸기 중에서도 선호하는 농장과 농장주의 사진이 있네?

김00 농부님의 딸기는 믿고 먹지.  나는 이걸로 해야겠어! 그리고 딸기는 1단으로 깔려있어야 한다. 겹쳐진 딸기는 취급 안 해!


 품을 많이 들여 특별히 관리된 커피라고 정의하고 싶다. 물론 정확한 사전적 정의는 아니다. 내가 겪어온 커피들이 그렇다는 거다. 뭐 격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저렇게 고를 정도로 까다롭게 분류되고 관리되는 커피라고 말하고 싶다. 왜 스페셜티 커피는 비싼지 납득이 됐으려나. 


아, 그런데 문제가 있다. 

지금까지 한 얘기는 오로지 '생두'까지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까맣게 볶아진 '원두'말고, 초록빛의 '생두'말이다. 

로스팅 후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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