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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sun Kim 김희선 Aug 06. 2019

랜선친구들, 카우치 포테이토를 하프마라톤에 보내다(2)

45초 뛰고 헥헥대던 내가 하프마라톤이라뇨

랜선친구들, 카우치 포테이토를 하프마라톤에 보내다(1)편에 이어서....


올해 5K를 두개 뛰겠다고 원대한(?) 야망을 품은 것이 무색하게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정작 처음으로 뛰러 길로 나간 것은 2019년 1월 14일이었다. 개도 산책시킬겸 걸어서 바다와 면한 엠바카데로 큰 길까지 갔고 거기서 뛰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드디어 달리기를 하러 나왔구나 싶어서 신나서 뛰었다. 아 역시 힘들지만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텨보겠다하는 생각으로 계속 뛰었다. 이렇게 힘들고 숨이 차다면 한참을 달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5-7분 정도 예상하고 손목에 차고 있던 Fitbit 시계를 보다가 내 눈을 의심했다. 완전히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은데 겨우 45초 뛴 거라고?? 


조금 뛰고 헉헉대며 걷고를 반복한 달리기 첫날


45분도 아니고 45초만에 내 체력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었다. 체력이 엉망일 줄은 예상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같이 뛴 11살짜리 우리집 노견은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혼자서 더 빨리 뛰고 싶어했다. 헛웃음만 나왔다. 헉헉대면서 시멘트 바닥에 드러눕고 싶었지만 추운 겨울이어서 계속 걸으면서 숨을 골랐다. 숨이 좀 안정되면 다시 뛰어야지 했는데 다시 뛰었을 때는 이번에는 45초도 계속 못 뛰었다. 다시 걸으면서 숨고르기. 다시 또 잠깐 뛰기. 저 위의 스트라바 스크린샷에는 25분 35초라고 되어있지만 정작 뛰기(만도 아니고 중간중간 걷기 포함해서)를 한 시간은 5분 조금 넘었을 거였다. 폴섬 스트릿에서 시작해서 페리빌딩 앞에서 이미 그 날은 더 뛰면 안되겠다고 포기했다. 집으로 걸어돌아오면서 상뽐회 친구들에게 그래도 내가 한다고 한 5K 트레이닝을 시작했다고 챗방에서 말했다. 착한 친구 하나가 좋아요 하나를 눌러줬다.  


한번에 45초밖에 못 뛰는 나라는 걸 알고 나니 그 다음 뛰러나갔을 때는 전혀 부담이 없었다. 그것보다만 조금 더 뛰면 되니까. 친구들에게 주 4번은 걷든 뛰든 여튼 밖에 나가서 30분 동안은 카디오를 하겠다고 해두어서 그것 때문에라도 문을 나서기는 나서게 되었다. 


1월 25일: 처음으로 스트라바 스크린샷을 찍어서 뛴 기록을 상뽐회 챗에 공유했다. 2.2마일 15분마일(=1마일 뛰는데 15분 걸림) 엄청 느리지만 나는 스스로 이걸 계속 하고 있는 것이 신기. 친구들이 선량한 격려의 말을 보태어주었다. 


1월 29일: 상뽐회 친구들에게 나의 스트라바 친구들은 미닛마일이 딱 내 반절(=속도가 2배)더라고 나 뛰어봐야 뭐하느냐고 징징거렸다. 친구들이 이제 막 시작한 것치고는 잘하고 있다고 해줬다.  

달리기에 대해서 친구들이랑 이런 실없는 소리를 하기 위해서 달렸다


2월 4일: 아이슬란드 여행중 레이캬빅의 얼어붙은 바닷가 길을 스트라바에 지도 그려서 친구들 보여주고 싶어서 달림. 2.43마일. 


2월 18일: 오클랜드 시내의 레이크 메릿 주위를 뛰고 걷고 해서 완주할 수 있게 됨. 3.7마일. 


2월 25일: 비오기 직전에 뛰기 시작해서 비맞으면서도 뛰어 기록 갱신. 겨울비오는데 반팔입고 뛸 수 있는 캘리포니아 인증 사진을 친구들에게 보냄. 갱신해봤자 12:07분마일이지만 14분마일대에서 시작해서 나아진 것이 눈에 보임. 


3월 2일: 주말 오후 느긋하게 친구들의 페이스북 포스트를 보다가 샌프란시스코의 명물 금문교를 뛰어서 넘어갔다가 넘어오는 레이스인 프리시디오 10K 대회에 꽂힘. 순간적으로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아직 5K도 못 뛰어 보았는데 4월 14일에 있을 10K에 등록을 해버림. 5K 대회 어떻게 뛰나 걱정걱정 하고 있었는데 10K에 사인업한 순간부터 5K는 쉽게 느껴짐. (이이제이?) 상뽐회 친구들에게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걸 질렀다고 알리고, 이 친구들과 쓰는 슬랙에다가 "10k_and_me"라는 채널을 아예 따로 만들었다. 친구들은 나의 이 황당한 짓에 열광적으로 뽐뿌질을 해줬다. 

이름을 마스크 처리해드린 이 친구들은 프로뽐뿌질러들이다


3월 13일: 금문교 왕복하는 10K 코스를 거의 걸어서 일단 답사. 내가 이걸 다 뛰어서 갈 수 있겠는가 진지한 의문이 듬. 상뽐회 친구들에게 찍어온 코스 사진을 보여주고 오르막에 죽을 맛이지만 코스 뷰는 정말 멋지다고 다들 동의. 마라톤을 전에 뛴 적 있는 친구가 둘 있어서 10K를 어떻게 뛸 것인지 조언을 많이 받았다.


3월 15일: 처음으로 중단없이 4마일을 뛰어보았다. 폴섬에서 엠바카데로를 타고 피어39까지. 이 뒤로 한주에 0.5마일씩 장거리(?) 달리기의 거리를 늘이기로 한다.


3월 17일: 5K 레이스 완주. 11:59 미닛마일. 꼴찌에서 세는 게 빠르겠다 싶지만, 나 자신은 뿌듯. 상뽐회 친구들이 축하를 퍼부어줌. 10K에 대한 두려움에도 코멘트를 많이 해줌. 


3월 20일: 10K를 걱정하던 자 그 한달 뒤의 Bay-to-Breakers 12K 대회를 또 질러버림.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서 태평양쪽으로 도시를 가로지르는 코스가 멋있겠다는 일념 하나로. 


3월 23일: 서울 여행중 잠실 석촌호수에서 처음으로 4.5마일을 뛰어보았다. 

잠실 석촌호수 4.5마일


3월 29일: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10K(=6.2마일)를 뛰어보았다. 비오고 천둥치는데도 뛰었는데 의외로 더운 곳에서 비맞으면서 뛰는 것이 매우 상쾌했다. 본래 5마일을 뛰려고 나선 것이었는데, 리디북스로 들으면서 뛰던 소설이 너무 재미있어서 내쳐 계속 뛰다가 처음으로 10K 거리를 커버했다. 물론 다 뛰고 나서 경험을 공유했을때 상뽐회 친구들은 잘했다, 장하다, 2주나 남았는데 이미 10K 뛰었냐, 한시간반 밖에 안걸렸네 난리가 났다. :)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10km를 뛰어보았다

 

4월 7일: 프리시디오 10K의 코스 그대로 한주 전에 달려보았다. 친구들은 또 짧은 시간에 이만큼 훈련한 것이 대단하다고 친절하게도 호들갑을 떨어주었다. 친구들이 챗방에서 텍스트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시켜준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이 날 뛰면서 발에 생긴 물집 때문에 대회가 1주일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고민 했더니 친구들이 챗으로 물집 처리법까지 일러주었다.  


4월 8일: 10K를 어째저쨰 뛸 수 있을만 하다 싶은 순간 7월 말에 있는 샌프란시스코 하프마라톤과 8월말의 Bridge-to-bridge 12K를 사인업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내속의 낯선 너는 누구냐? 


4월 14일: 프리시디오 10K 완주. 여전히 느리지만 내가 10km를 걷지 않고 뛸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결승선에는 남편과 아들과 마침 다니러 오신 시어머님이 나오셨다. 이날도 챗방에서는 친구들의 축하 세례!!

10km를, 내가??

4월 20일: 나의 완주를 직접 보신 시어머님이 본인도 걷기부터 시작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7월에는 다니러 오실 친정 엄마께 하프마라톤 완주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이야기. 


4월 21일: 7마일 런


4월 26일: 감기가 된통 걸려서 며칠간 슬럼프


5월 3일: 상뽐회 친구들이 어차피 추첨해서 걸려야 초대 된다며 런던 마라톤에 이름을 넣어두도록 뽐뿌질함. 추첨 결과는 10월에 나온다고. 23대 1이 넘는 경쟁률인데 그거 되면 어떻게 해서든 겨울동안 훈련해서 기어서 마치더라도 내년 4월 런던 마라톤을 가기로 한다. 무서운 친구들. 

이렇게 무서운 분이 제 상뽐회 친구입니다


5월 5일: 친구들의 재치있는 응원과 사려깊은 북돋움으로 슬럼프를 어째어째 넘어가고 처음으로 8.5마일 런


5월 12일: 9마일 런.


5월 19일: Bay to Breakers 12K (=7.45마일) 완주

유서깊은 베이투브레이커스의 샌프란시스코를 횡으로 가로지르는 코스


5월 24일: 이주일에 서울에서 만난 상뽐회 친구들과는 불광천이며 경복궁 주변을 같이 좀 뛰었다. 서울에서 한강변 따라 10마일 런.


6월 1일: 부산에서 수영-해운대-광안리로 이어서 10.5마일 런. 뛰는 중간중간 부산 뷰 사진을 상뽐회 친구들에게 보내어 달리기 코스를 중계했는데, 이것도 친구들이 너무 좋아해주었다. 


6월 13일: 멕시코 카보스에서 백사장 달리기를 해보려다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대신 시원한 바다 사진과 비디오나 여러개 공유. 내 친구들은 어느쪽이라도 이야기거리가 끊기지 않는다. 


6월 21일: 시차와 여행 후유증으로 한동안의 슬럼프 끝에 11.5마일 런


7월 6일: 처음으로 13.1마일 런 


그리고는 대망의 하프마라톤 그날은 7월 28일.... 


랜선친구들, 카우치 포테이토를 하프마라톤에 보내다(3)편에 계속




랜선친구들, 카우치 포테이토를 하프마라톤에 보내다(1)

랜선친구들, 카우치 포테이토를 하프마라톤에 보내다(2)

랜선친구들, 카우치 포테이토를 하프마라톤에 보내다(3)

랜선친구들, 카우치 포테이토를 하프마라톤에 보내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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