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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리제 본느 May 09. 2020

나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해줘

그렇게 이혼을 또 잠시 멈췄다

엄지손톱으로 검지 안쪽을 피가 나기 직전까지 찌르며 나는 눈물을 참고 앉아있었다. 아이들은 복도를 지나 가장 먼 방에 재워 놓았고 어두운 거실에 주방 불만 켜놓은 채 우리는 식탁에 마주 보며 앉아있었다. 가을의 시작되어서 일까 싸늘한 우리들의 시선 때문일까 밤공기가 싸늘했다. 숨을 한번 깊게 내쉰 후에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가사도우미 이모님처럼 지낼게. 출근한다는 생각으로 집안일하고, 아이들 돌보는 이모님처럼 조용히 아이들 챙기며 지낼게. 어차피 오빠가 아이들 키운다고 생각하면 사람 고용해야 하잖아. 그걸 내가 한다고 생각해."
 
이 말을 하기 위해 나는 일주일 동안 마음 정리를 다 한 상태였다. 머릿속에서만 다짐하던 말들이 내 숨을 타고 입술에서 나가는 순간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억울하고 분했다. 피들이 울부짖는 느낌이 들었지만 온몸에 힘을 주고 감정을 억눌렀다. 양쪽 엄지손톱으로 검지를 있는 힘껏 누르며 눈물을 추슬렀다. 차가운 공기를 최대한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내 안의 뜨거운 열을 조심스럽게 내뱉으니 다시 냉정을 찾기 시작했다.
 
"너 말에 책임질 수 있어?"
"어"
"꼭 책임져라"
 
짐을 챙겨서 다음날 집으로 오기로 하고 남편은 차 키와 핸드폰을 챙기고는 나갔다. 남편이 나가고 나니 온몸에 들어갔던 힘이 풀리며 나는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풀썩 쓰러져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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