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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이 많은 아기의 언어자극

by 행복한꿈 May 29. 2019

대부분의 아가가 그렇듯, 우리 아가는 흥이 많다.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음악소리에 반응하여 엉덩이를 들썩거리던 시절부터 알아봤지만 엄마가 돌려주는 동요를 좋아하고, '말은 잘 못하지만 노래는 잘 하는'특별한 아가다. 말을 워낙 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우리 아가의 목소리를 들려주기는 쉽지 않지만, '노래 불러줘'라는 말에는 정확하진 않지만 열심히 노래를 불러내곤 했다.


32개월, 다른 아가들같으면 '눈코입'수준이 아닌 '눈썹, 어깨, 턱'과 같은 세부적인 신체 부위를 말할 것이고 '위, 아래, 안, 밖'과 같은 위치 부사어도 이해할 수 있고, '자동차'라는 단어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바퀴'를 알아야 하는 시기이지만 우리 아가는 '눈코입'조차 쉽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머리어깨무릎발'노래는 신나게 불러댔고 뭉그러지는 발음이지만 따라하기 위해 애쓰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특징을 활용하여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앞서 '영상을 보여주는 나쁜 엄마'임을 인정하기도 하였지만 나는 영상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는 아가에게 언어자극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음성을 들려줄 수 있는 양육자가 나 하나뿐인데 나는 아가에게 하루종일 수다를 떨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다가 둘째까지 태어나서 아가의 언어발달은 더욱 염려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영상을 현명하게 활용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목표로 하는 언어자극이 나오는 동요를 틀어주며 아가가 흥얼거리게 한다면 자연스럽게 그 단어를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유튜브에서 어린이집동요를 검색하여 틀어주기 시작했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동요영상이 있는데 아가가 가장 친근하게 느끼는 특정 영상이 있어 함께 시청해 보니 아가에게 필요한 어휘가 상당히 나왔다.


<앞으로>

한때 아가의 최애 동요는 앞으로였다. 32개월 아가에게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발음임에도 아가가 너무 좋

아하여 완창하는 수준에 이르렀는데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온 세상 어린이들 다만나고 오겠네'등의 가사를 정확히 하지는 못하지만 노래의 느낌을 살려 포인트 가사를 익혀냈다. 

이 동요에서 얻은 목표 언어는 '앞으로'와 '둥글다'이다.

'앞으로~ 앞으로~'가사에 맞춰 아가와 앞으로 전진하는 율동을 해 보기도 하고 '뒤로~ 뒤로'라고 개사하여 뒤로 가보기도 하며 '앞'과 '뒤'를 자연스럽게 익혀 보았다. 여기에 더해 예전에 함께 들었던 '옆으로 가~'노래를 부르며 '옆으로'라는 단어와 '굴러떨어지다'의 언어도 수용할 수 있게 되었는데 여담이지만 '옆으로 가'노래는 다소 잔인한 것 같다. 어느 영상을 보든 10명의 아가가 자고 있다가 끝에 있는 아가가 한 명씩 밀어서 다 떨어뜨린다니, 다들 자다가 이게 웬 봉변이란 말인지.

'둥글다'라는 단어는 '지구는 둥그니까'라는 가사에서 흘러나왔는데 사실 아가는 '지~'까지밖에 부르지 못한다. 앞으로 앞으로를 실컷 외치다가 '지~'하고 그쳐버리지만 계속 듣다보면 표현도 할 것이라는 생각에 목이 터져라 불러주게 되었다. '지구'라는 단어를 입력해 주기에는 이른감이 있어 '둥글다'라는 말을 하며 손짓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화면으로 익히기도 하고, '동그라미, 뾰족뾰족 세모, 반듯반듯 네모'라는 말을 하며 모양익히기에 적용하기도 했다. 이 활동의 초기에는 '뾰족뾰족 세모'라고 이어 말하는 아기의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하여 답답함을 유발했는데 아가가 어디선가 들었던 '세모'에 대한 표현을 덧붙인 것이라는 것을 나중에 눈치채고 열심히 '뾰족뾰족 세모','반듯반듯 네모'라고 말해 주었다.


<엄지 어디 있소>,<다섯손가락>

엄지 어디있소 노래의 율동은 어른인 내가 봐도 너무 귀엽고 재미있다. 엄지를 허리 뒤로 숨기고 있다가 쓱쓱 꺼내는 이 동작을 하는 우리 아가를 보고 있으면 너무 사랑스러워서 깨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이 노래를 통해 아가는 '엄지손가락'과 같은 손가락 명칭, '여기','어디'와 같은 지시대명사를 익히게 되었다. 특히 '손가락 명칭'에 큰 흥미를 느낀 우리 아가는 '아빠 손가락 아빠손가락 어디있나? 여깄지 여깄지~'하는 노래에도 푹 빠지게 되었는데 이 노래는 너무 자주 불러서, 그리고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5절까지 불러대서 내가 가장 기피하는 노래가 되었다. '여기''어디'와 같은 단어를 익힐 땐 다른 어휘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조금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강조하지 않았는데 율동이 재미있어서였는지 아가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노래들 덕분일까? '엄지 어디있지?'라고 음률없이 물어보는 질문에도 '여기있어요!'라고 대답하며 노래에서 말로 우리 아가의 언어가 발전할 수 있었다. 이 이전에는 '노래는 잘 하는데 말은 안하는 아가'로 하루종일 노래만 했었는데 탄력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조금씩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작은 동물원>

아주 어릴때부터 들었던 노래이기도 하고 많은 장난감에 수록된 아주 쉽고 친근한 멜로디의 노래이기도 한데 우리 아가는 울음소리만 따라할 뿐 동물의 이름을 이야기해주진 않았다. 

삐약삐약 병아리~ 음메음메 송아지~ 거진 3년을 불러온 이 노래에 분명히 무엇이 병아리고 송아지인지 알 것인데 '병아리가 어디있지?'하면 묵묵부답. 그런데 다양한 동요를 더 가열차게 부르면서부터 가사를 즐겨 따라하기 시작했다. 넘쳐 흐르는 흥을 침묵으로 주체할 수는 없었을게다. 병아리를 병아리로, 송아지를 송아지로 부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이 노래 외에도 동물이 등장하는 동요가 굉장히 많고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동물들을 소개하기도 하는데 함께 메들리로 소개된 동요를 검색하여 들려주니 웬만한 동물은 다 알게 되었다. 뭐 물론.. 어른들도 잘 모르는 깊이있는 동물 이름은 아직이지만..


<수박>

제목이 뭐였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커다란 수박하나 잘 익었나 통통통'으로 시작하는 이 노래를 우리 아가가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하게도 '수박'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쇼파에 앉아 영상을 보다가 이 노래가 나오면 당장 티비 앞으로 뛰어나가 수박을 먹는 척 하고 돌아오는데 그 때를 놓치지 않고 '맛있다','시원하다','아이차가워'와 같은 단어들을 붙여주니 어느순간 '맛'에 대한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아가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는 동요를 활용하여 어휘를 확장시켜 주는 것, 입이 짧은 우리아가에게도 효과가 있으니 100프로 성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 외에도 어떤 노래든 아가 마음에만 들어온다면 좋은 언어 자료가 될 수 있다. 언어가 늦은 아가에게 영상이 좋지 않다는 주장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영상을 적절히 활용하여 아가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면 그만큼 훌륭한 자료도 없을 것이다. 특히, 흥 많은 우리 아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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