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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Colorful Language

마음속에 불타는 화산을 꺼주고 싶던 아이 JS

by 날마다 소풍

마음 아픈 아이 때문에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엄마를 보며 마음이 더 아팠다.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아이의 말들을 들으면서도 버텨내는 용감한 엄마와 그녀의 아들 JS의 이야기.




학교에 오는 순간부터 집에 갈 때까지 단 1초도 움직임을 멈출 수 없는 JS는 항상 폭발이 예상되는 불화산이다. 시도 때도 없이 JS 입에서는 정말 갱 영화에서 들을 법한, 때리고 없애고 죽이고 싶다는 폭력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못하게 하면 입고 있는 옷을 물어뜯거나 들고 있던 연필을 부러뜨린다. 그것도 안 된다 싶으면 일어나서 뜨거운 물에 들어있는 개구리처럼 위아래로 마구 뛴다. 그것으로도 해소가 안 되면 그냥 밖으로 뛰쳐나간다.

백인과 아시안 혼혈인 JS는 외동아들이다. JS의 엄마는 문제행동이 너무 심각한 자기 아들 곁에 조금이라도 같이 있으면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Lunchtime Superviser(관리자라는 의미지만 학교에서는 안전 요원 같은 역할을 한다.)으로 일한다. 부모가 살뜰하게 챙기고 돌보는데도 그 마음과 생각 어디가 잘못되어 늘 살아있는 화산처럼 폭발하는지 모르겠다.

처음 JS의 입에서 “우리 엄마를 죽이고 싶어. 그 머리를 돌로 때릴 거야.” “우리 엄마는 나쁜*이야. 폭파시킬 거야.” "우리 아빠는 ***야. 그런데 ***가 무슨 뜻이야?" 같은 말을 들었을 때, 나는 편모 가정이거나 가정 폭력에 노출이 된 아이인 줄 알았다. 그러나 며칠 후 점심시간마다 우리 반 주변을 맴돌며 주시하다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와서 적극적으로 돕는 안전요원이 JS의 엄마라는 것을 알고, 내 선입견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JS는 아이들이 어디서 들었을까 싶은 괴상하고 이상한 문장과 단어가 무슨 뜻인지 묻거나 폭력적인 말을 한 뒤 미묘한 웃음을 짓곤 했다. 아마 그런 말을 내뱉을 때 통쾌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폭력적인 언어를 계속 사용하도록 둘 수는 없었다. 교실에 있는 다른 남다른 아이들이 그 언어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런 언어 폭발이 가로막히면 자신의 몸을 깨물거나 주변의 물건을 부수며 상처를 입는 자학적인 행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매일 반복되었다.


JS가 쉬는 시간에 하는 것은 계속 운동장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이었다. 그럴 때 JS는 나쁜 말하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가끔 수업 시간 통제 불능의 상태에 빠지면 교사들은 JS를 운동장에 데리고 나가 신나게 뛰어다니도록 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밖에서 뛰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어서 교실에 들어오면 잠시 앉아있다 또 파괴적인 행동이나 자학적 행동을 보였다. 운동장을 뛸 때만 잠잠해지는 JS의 화산이 왜 생겼는지 알게 되고 그것을 끌 수 있는 기쁜 날이 오면 좋겠다.


Ms. R과 엄마가 협력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였지만, 잠시 효과가 있는 것 같다가 JS는 다시 폭발하는 화산으로 돌아가곤 했다. 남다른 아이들 중에 문제의 원인도 해결 방법도 정확히 파악이 안 되는 JS가 참 안타까웠다. 그리고 JS의 폭력적인 행동을 돌보다 인대가 늘어나 붕대를 감고 다니는 JS의 엄마의 모습이 마음 아팠다.

하지만 정작 JS의 엄마는 매우 대범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학교를 오가곤 했다. 어느 날, 가벼운 대화 중 JS의 엄마가 말했다.

"He has very colorful languages. I don't know where he got those colorful words."

나는 그 말에 충격을 받았고, 그 말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들의 입에서 나오는 험악한 언어도 Colorful Languge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들의 아픔까지 품는 엄마의 사랑때문이 아닐까?


학교 일과 중에만 함께하는 것도 힘겨운데, 일 년 365일 24시간을 함께 하면서 JS의 기괴한 말들과 잠시도 쉬지 않는 움직임에 JS 엄마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아들이 자신을 향해 하는 저주와 같은 말들조차 "colorful languages"라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꾸어 말하는 JS 엄마의 용기와 인내에 나는 가슴이 울컥했다.



물론 헤아릴 수 없는 눈물과 무엇으로도 위로받을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그 아픔 중에도 웃으며 "colorful languages"라고 농담을 던질 수 있는 JS의 엄마에게 경의를 표할 뿐이다. 붕대 감은 손으로 팔짝팔짝 뛰는 아들의 손을 잡고 가는 JS 엄마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녀의 겹겹이 딱지가 앉았을 상처 위에 기쁨과 감사의 새살이 돋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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