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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버스님들이 들어오신다!!!

남다른 아이들과 보낸 하루가 무사히 끝나가는 시점, 제일 반가운 손님.

by 날마다 소풍

하교 무렵 학교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노란 스쿨버스가 이제는 아주 반가운 손님으로 느껴지고,

전에는 아무런 의미 없던 노란 스쿨버스를 운전하던 중 도로에서 만나면 다 정겨운 친구처럼 보인다.




캘리포니아의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5학년 전체 체육시간에 참여하는 남다를 아이들을 따라 체육활동을 하다 보면 운동장 뒤쪽에 차례로 와서 줄을 서는 노란 스쿨버스를 보게 된다. Ms. T는 종종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세상에서 제일 반가운 것이 하교 시간의 스쿨버스란다.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는데 나도 체육 수업 끝날 무렵 보이는 스쿨버스님들을 보면 얼씨구나 반가워하게 되었다.

체육시간 남다른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세 종류로 나뉜다.

다른 아이들 틈에서 노는 것에 푹 빠져 신이 나는 K.
운동장 가득한 아이들의 함성과 움직임에 섞이지 못해 빙빙 돌며 얼른 체육시간이 끝나기만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의 활동에 끼지 못해 괜히 고집을 피우며 힘들게 하는 아이들.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체육시간, 운동장에서 스쿨버스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춤이라도 추고 싶은 날이 여러 날이었다. 그러면서 늘 바라던 것은 세 번째 아이들이 버스에 타기까지 고집 피우지 않고 견뎌주는 것이었다. 정말 버스를 놓칠 뻔한 위기의 상황도 몇 번 있었다!


갖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지나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책가방을 멘 아이들을 데리고 스쿨버스 타는 곳으로, 부모가 데리러 오는 곳으로 교실을 나서는 순간이 우리 보조교사들에게는 어깨에 멘 짐이 벗어지는 것 같은 시간이다.


스쿨버스 타는 곳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를 보면 그 노란 버스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 버스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스쿨버스에 타고나서 자리에 앉았는지 확인하고 버스 기사와 반갑게 (정말 반갑다! ) 그리고 정답게 인사를 하고 나면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한숨이 나온다.


아침에 보는 스쿨버스는 “오늘을 무사히 보내기를”, 오후에 만나는 스쿨버스는 “오늘도 무사해서 감사”라는 기도가 나오게 한다. 그러고 보니 남다른 아이들이 가장 반가운 순간은 아침에 버스에서 내려, 오늘 어떤 말썽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모르지만, “Good morning” 해맑게 인사하는 시간과 하루 종일 이런저런 말썽 보따리로 우리의 정신과 육체를 흔들어놓고도 “Good bye” 해맑게 버스 안에서 손을 흔드는 남다른 아이들을 보내는 시간이다.

bus-s.jpg?type=w773 나의 존재의 이유였던 R은 버스 기사와 안전요원이 볼 수 있도록 맨 앞자리를 배당받았다.


예전에는 도로에서 만나는 스쿨버스가 나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 운전하다 노란 스쿨버스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남다른 아이들이 떠오른다. 간혹 “Stop” 표시판을 켜고 선 버스 뒤에 설 때면 아이들이 나에게 주의를 주는 것 같다.

"Ms. P, 거기서 기다려요. 아직 나는 달릴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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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반 아이들은 아직 “Stop” 표지판을 접을 준비가 안 된 스쿨버스들 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표지만을 접으면 서서히 출발하여 저만큼 달려가 있는 스쿨버스가 되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어쩌면 내가 안달하여 뒤에서 경보기를 울리며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곧 출발할지도 모른다. 부우웅~힘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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