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들의 고통

빨갱이로 몰려 고문받는 동하

by 정윤

동하는 끌려온 다음 날 아침부터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포승줄에 묶인 채 맨발로 연병장으로 끌려갔다.


“평양엔 언제 갔다 왔어?”


들어서자마자 조사관이 캐묻기 시작했다.

기가 막혔다. 평양엘 언제 갔다 왔냐니.


그들은 무작정 동하를 이북에서 파견된 간첩으로 몰아갔다.


“간 적 없어요!!”


“이 빨갱이 새끼가 어디서 거짓말이야. 어차피 넌 죽게 돼 있어. 사실대로 말해!”


조사관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동하는 두 팔로 머리를 감싸 안은 채 바닥 쪽으로 몸을 웅크렸다.


조사관은 군홧발로 동화의 등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소리를 지르자 몽둥이로 내려치기 시작했다.

숨이 컥 막혔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쓰러져 있는 동하에게 찬물이 끼얹어졌다.


동하가 가까스로 눈을 떴다.

눈앞이 뿌연 막에 가린 것처럼 침침했다.


조사관이 다시 물었다.


“평양에서 무슨 임무를 받고 광주로 내려왔냐고. 대답해!”


동하는 고개를 들고 조사관을 노려보았다.


“평양은 처음 듣는 소리요. 난 간첩이 아니니, 자꾸 그쪽으로 몰아가지 마시오!”


“묻는 말에 대답 안 해?”


동하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죄 없는 시민들을 때리고 죽였는디, 왜 그랬는지 그 이유부터 말해보시오!”

“이 새끼가 어디서 같잖게 씨부려? 묻는 말에나 대답해! 이 새끼야!”


조사관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우리가 왜 시민들을 죽였을까! 엉?”


흥분한 조사관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동하를 발로 걷어찼다.

동하가 구석진 곳으로 나가떨어지자, 쫓아가면서 발로 찼다.

동하가 까무러쳤다.


동하의 몸에 다시 찬물이 끼얹어졌다.

피와 물이 범벅이 된 말간 핏물이 동하의 얼굴 아래로 흘러내렸다.

동하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유치장 한쪽 구석에 누워있었다.


체포된 시민군들은 계엄군에게 끌려가 매일 맞았다.

수용소 같은 곳에서 모든 행동을 감시당하고 종일 정 자세로 앉아있어야 했다.


동하도 종일 무릎을 꿇은 채로 지내야 했다.

화장실도 하루에 한 번 밖에 보내주지 않았다.

식사는 두서너 숟가락도 되지 않는 보리밥과 김치가 전부였다.


처음 며칠간은 그 밥을 먹지 않았다.

며칠을 버티다 동하는 배가 고파 견딜 수가 없었다.

먹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와, 배가 고파 견딜 수 없는 본능이 마음 안에서 싸웠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빈속은 밥을 달라고 아우성쳤다. 너무 허기가 져서 기운이 빠진 데다가 하루에 서너 차례씩 끌려가서 맞다 보니 몸 한 군데 성한 곳이 없었다. 식사 시간이 끝나면 돌아서기가 무섭게 다시 배가 고팠다.


어떤 날은 그나마 몇 숟가락도 안 되는 보리밥을 둘이서 같이 나눠 먹게 했다.

동하는 행여 밥을 빼앗길까 두려워 빠른 속도로 입안에 밀어 넣었다.

마지막 서너 톨의 밥을 서로 먹으려고 눈빛이 이글거리던 순간, 짐승처럼 변한 자신의 모습에 동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사관들이 낄낄거리며 비웃었다.


“꼴좋다. 새끼들아! 배고프니까 보이는 게 없지? 버러지 같은 것들이 등 따습고 배부르니까 시위를 했지? 어디 한번 배고픈 게 어떤 건지 당해 봐! 이 더러운 빨갱이 새끼들.”


동하는 도청에서의 마지막 날 밤, 동하 옆에 같이 있었던 정민이 떠올랐다.

군인들이 도청을 습격해 들어오며 층마다 총을 쏘아댈 때, 동하는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동하와 함께 부모님에게 큰절했던 정민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 피투성이로 죽어 있는 정민을 보자 동하는 자신도 죽을 줄 알았다. 어차피 죽음을 각오했던 동하였다. 하지만 죽지 않고 산채로 이곳에 끌려왔다.


인간 이하 취급으로 괴로운 시간을 견디느니 차라리 그때 죽었더라면 그게 더 나았을 것을. 동하는 숨진 정민과 시민군들에게 미안하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인간의 가장 기본권인 권리를 찾아보겠다고 나섰던 친구들과 시민들이 먼 곳으로 떠났다. 동하는 그들에게 할 말이 없었다. 이런 몰골로 살아 있다는 게 치욕스러웠다.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동하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도 살아서 숨을 쉬는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차라리 잠든 것처럼 그대로 숨이 멈춘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았다. 죽음만이 이 괴로운 시간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는 생각이 절실했다.


동하가 갇힌 방에는 남자들만 팔십여 명이 빽빽하게 앉아있었다.

계엄군은 남자들에게 움직이면 죽인다고 했다. 간혹 누군가가 대화를 하거나 고개를 돌리면 어김없이 끌려 나가 발길질을 당했다. 동하는 무릎을 꿇은 채 꼼짝하지 않고 있어야만 했다. 무릎이 저리다 못해 마비가 와도 움직일 수 없었다. 땀이 흘러내려도 땀을 닦을 수 없었다. 총을 멘 조사관이 칼끝처럼 매서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다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거린 남자가 불려 나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두들겨 맞고 들어왔다.


어느덧 여름이 다가왔다. 가만히 있어도 줄줄 땀이 흘러내렸다.

무엇보다 제대로 씻지 못한 남자들에게서 풍기는 냄새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방에 갇힌 남자들은 쇠창살로 된 정면을 바라보며 침묵을 지키다가 한 사람씩 불려 나가 고문을 받고 돌아오곤 했다. 조사받으러 간 남자들이 고통에 못 이겨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듣다 보면 직접 맞는 것보다 더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다음 날 동하는 물고문을 당했다.

조사관들은 동하를 의자에 앉히더니 손과 발을 의자에 묶었다. 한 사람이 머리채를 휘어잡고 고개를 뒤로 잡아 젖혔다. 다른 조사관이 강제로 동하의 입을 벌려 물을 들이부었다. 물이 입속과 얼굴 위로 쏟아졌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동하의 몸이 마구 흔들렸다. 순간, 전신을 휘감는 공포에 동하는 극도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차올랐다. 짐승보다 못한 몸뚱어리로 죽기 싫어 버둥거리는 자신을 경멸하면서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몸서리치게 요동쳐왔다.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며 숨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이렇게 죽는 건가!


죽음의 고비에 들어섰다고 느끼는 순간 물고문이 중단됐다.


그러다가 의식이 돌아오면 다시 똑같은 말이 화살처럼 동하를 향해 날아들었다.


“누가 시켰어!”


“……!”


“말해, 누가 시켰어!”


동하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의 주전자 물이 다 없어져도 말이 나오지 않자, 그들은 다시 협박했다.


“어차피 너는 죽게 돼 있어. 괜히 개죽음당하지 말고, 누가 시켰는지 그것만 말하면 내보내 준다. 어서 말해. 누가 시켰어!”


또다시 물이 쏟아졌다.


동하는 온몸에 있는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차라리 나를 죽여라아! 나는 모른다아!”

조사관들은 해도 해도 성과가 없자, 동하를 다시 유치장에 가두었다.


나올 게 없다고 느꼈는지 그날 이후, 조사관들은 동하를 더는 괴롭히지 않았다.

비록 고문은 받지 않았지만, 유치장에서 꼼짝 못 하고 견뎌야 하는 시간은 더 지옥 같았다.


동하가 같은 방 남자들과 함께 교도소로 이송된 날은 종일 비가 내렸다.

동하는 시민군들과 함께 군인들이 시키는 대로 닭장차에 올라탔다.

교도소로 수감된 뒤 날짜가 빠르게 흘러갔다.

동하와 시민군들이 끌려가 고문을 받는 동안, 계엄군 지도부들과 지휘관들은 훈장과 포상금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동하는 그 소식을 듣고 차라리 웃음이 나왔다.

언젠가는 진실이 이길 날이 올 것이다. 동하는 진실이 주는 힘을 믿기로 했다.

그나마 교도소에서는 고문이 없으니 살 것 같았다.


10월로 접어드는 어느 날, 재판이 열렸다.

재판관이 동하에게 물었다.


“패배할 것을 알면서 피하지 않고 왜 도청에 남아 있었습니까?”


동하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도청을 지키는 시민군들을 등지고 나만 혼자 살겄다고 나온다는 게 왠지 남자로서 쪽팔렸어라.”


같은 방에 있던 다른 남자들의 대답도 한결같았다.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하면서도, 자리를 뜨기가 싫었습니다.”


도청에서의 마지막 날 밤, 시민군 대장은 ‘우리의 목표는 도청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도청만 지켜낸다면, 아주 희망이 없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시민군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


어쩌면 살 수도 있겠다!


그 가느다란 희망 줄을 붙잡고 견뎌보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그들이 한 행위가 정당했다는 평가만 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만약의 경우 풀려나가서도 떳떳하게 고개 들고 살 수 있을 거라는 자부심 같은 게 있었다.


시민군들이 왜 총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

그 뜻을 온 나라 국민이 알아만 준다면 이대로 죽어도 괜찮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시민군들의 뜻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시민군들은 한순간에 북한 간첩에 선동된 폭도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았다.

동하는 침묵하며 생각했다.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왜 죄 없는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죽였을까. 그걸 보고 가만있으면 그게 애국인가? 광주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계엄군들과 맞서 총을 들고 싸운 시민군들이 과연 폭도인가?

잡혀 온 시민군들은 그게 가장 억울하고 분했다.

동하의 죄명은 ‘계엄법 위반’과 ‘총기 탈취’였다.

동하는 계엄법 위반이 뭔지도 알지 못한 채 구형 6년에 실형 3년을 선고받았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동하는 다음 해 1981년 4월 특사로 석방이 되었다.

석방되던 날, 교도소 문 앞에서 가족들이 동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아들! 금쪽 겉은 내 새끼!”

동하 엄마는 퉁퉁 부어 몰라보게 변한 동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꺽꺽 울음을 삼켰다.

석방 후, 동하는 꼼짝하지 않고 집에 쉬면서 몸을 추슬렀다.

집안에서는 한약 냄새가 끊이질 않았다. 건강에 좋다는 약을 달여 먹고, 동하는 서서히 기력을 찾기 시작했다. 몸의 부기도 서서히 빠지고 서너 달이 지나자 몸은 회복되었지만 트리우마에 시달렸다. 밤에도 잠을 깊이 못 자고 악몽에 시달리다 놀라서 깨곤 했다.


그해 겨울, 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시민군 모두가 성탄절 특사로 석방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음 화에 계속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