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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Jun 01. 2024

같이 가 볼래요?

땅의 소중함을 전하면서

  텃밭을 가꾸면서 인간혼자만은 절대 잘 살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다. 당연 가장 큰 힘은 자연이다. 자연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무지 많다. 그리고 우리 말고도 채소 말고도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마도 그냥 시장에서 파는 채소들만 사 먹고살았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새들과 벌레, 곤충, 다양한 종류의 풀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도 감사한다. 계절마다 시간대마다 찾아오는 새들은 다른 것 같다. 가까이 오지 않으니 육안으로 식별이 어렵고 그들의 노랫소리에 그리 민감하지 못해서 누구인지 잘 구분은 못하지만, 바뀌는 것은 사실이다. 벌레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처음에는 소리를 지르고 기급을 하고 혼자 난리부루스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 미물도 나 때문에 얼마나 놀랐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땅을 갑자기 헤집으니 그 속에 얌전히 살고 있던 아이들이 얼마나 놀랐을까? 처음 감자를 캘 때가 생각난다. 구근식물들은 깊이 파야 열매를 수확할 수 있으니 땅을 파면서 소리 지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 땅속에도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있었구나. 우리는 아니 나는 정말 잘 몰랐다.


  그리고 잡초들도 마찬가지다. 장마가 끝나고 나면 특히나 전쟁이 정점에 다다른다. 이른 봄부터 신경을 써서 미리미리 잘 캐내야 한다. 특히 심어둔 채소 옆에 올라올 때는 잘 잡아주어야 한다. 어느 순간 시기를 놓치면 전쟁이 시작되고  늘 KO패다. 다 정리한 것 같은데 다음 날 가면 어느 사이 올라와 있다. 

 그러니 봄이 되면 작고 낮게 올라오는 그들과 잘 놀아야 한다. 그리고 텃밭 가장자리에 올라오는 아이들은 그냥 둔다. 잡초 또한 뿌리를 깊게 내리기 때문에 땅의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다. 정말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은 없다. 다 각자의 역할이 있어 이 세상에 온 것이다. 특히나 예쁜 꽃을 품고 있을 땐 뽑아내기가 정말 미안할 때가 많다. 미안하다고 좀 지나서 다시 오라고, ‘지금은 올라오는 채소들도 약하기 때문에 보호를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뽑는다.


  그렇게 채소들도 굵어지고 커 가면 좀 내버려 둔다. 물론 시기적으로 여름이고 커가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도 없다. 요즘은 정원 꾸미기를 할 때 여러해살이 풀도 많이 심는다 한다. 겨울에도 살아남아있는 그들 덕에, 살아가는 뭇 생명체도 많고 땅도 비옥해지기 때문이다. 

 이 지구는 우리 모두의 것이고 “우리는 이자만 쓰고 원금은 잘 보존하고 가야 한다.” 는 박경리선생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인 지구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약을 안치고 농사를 짓는 것, 자급자족해 내는 것, 모두가 환경을 위한 작은 일이라 생각한다. 나이 드니 모든 것을 그저 나부터, 조금씩, 꾸준히 하게 되는 것은 좋은 점인 거 같다.


  씨앗에서부터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그들이 익어가는 모습도 보면서 수확의 기쁨도 얻는다. 또 장마나 가뭄을 겪고 벌레들의 공격도 이겨내는 그들과 함께 안타까워도 하면서 동고동락한다.  그 모두를 품어주는 땅이 있기에 가만히 대지의 위대한 품에  안긴다. 그저 땅속에 씨앗 하나 넣었을 뿐인데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다른 분도 그 기쁨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글들을 썼다. 또 매주 글을 올리면서 더 많은 것을 관찰하고 배우게 되는 좋은 시간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덕분에 저도 잘 마무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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