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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Dec 20. 2024

지휘자님의 반전

글제: 사투리

  “우리 만디에 서야 안 되겠습니까?”라고 지휘자님이 말했고 우리는 “네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옆에 있던 서울 아가씨가 눈 동그랗게 뜨고 “언니, 만디가 뭐야?”라고 묻는다.

“만디는 정상이란 뜻이야.” 서울서 남편 따라 대구로 온 단원은 지휘자님 말씀하실 때마다 늘 나에게 묻는다. 왜냐하면 우리 지휘자님이 정말 대구 사투리를 찰떡 지게 쓰는 사람이다. 우선 봤을 때 외모는 아주 유럽 스타일이다. 나이가 60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긴 머리를 멋지게 드라이해서 오신다. 옷 또한 엘레강스하게, 액세서리도 특별하다. 워낙 외국에 많이 다니고 안목이 높아서 차림새를 보면 그렇게 멋스러울 수가 없다.


  그런데 수업하다가 사투리가 나오면 영락없는 대구 아주머니다. 그리고 그렇게 세련된 사람이 사투리를 쓰니 더 웃긴다. 우리는 노래가 좋아서 합창하려고 모인 사람이지만 선생님의 구수한 사투리는 목요일을 기다리는 또 다른 재미다.

 오늘도 한 건 하신다. “친구가 정구지를 줬는데 바빠서 다듬지도 못하고 정지에 두고 왔다.”라고 하셨다…. 서울 친구가 또 묻는다. “언니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야?” 나는 그 말이 더 웃겨서 알려줬다. 정구지는 부추고 정지는 부엌이야. 그러다 보니 수업하다 웃음이 터지는 날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같은 대구 사람이라도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열심히 사투리를 알리고 노래도 알려주시는 지휘자님은 완전 매력덩어리다. 자그마한 키, 우아한 외모에 대구 사투리가 빵빵 나온다.



  가끔은 “내가 하는 말, 못 알아듣는 분 계실까요?” 그렇게 말하면 다들 뒤로 넘어간다. 굉장히 유머러스해서 농담도 적재적소에 잘하고 칭찬도 재미나게 잘하시지만, 불쑥 튀어나오는 사투리의 반전은 정말 지휘자님만의 매력이다.

 지난번 스승의 날에 꽃다발과 선물을 준비했는데 또 말씀하신다. “만다고? 이라십니꺼?” 옆에 친구는 역시나 눈이 동그랗다. 그리고 그 친구가 딸 만나러 호주를 다녀와서 한참 만에 수업에 나왔다. “아이고 와 이래 애빘노?” 그 친구의 표정을 봐야 했는데! 연타를 터트리시고 수업을 시작했다.


  지휘자님을 뵙고 나면 얼굴이 밝아진다. 그래서 우리 합창단 구성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인데 많이 웃어서인지 다들 젊어 보인다. 목요일 합창 수업하고 오면 매우 시원하다. 묵은 체증이 내려간 거 같고 두 시간 동안 노래하다 웃다 하면서 시간이 후딱 간다. 한 주의 스트레스도 다 날아간다. 합창을 잘 만드는 여자인 지휘자님은 우리의 행복 바이러스이며 반전의 최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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