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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보리 Jul 08. 2022

문경 사투리 적응기

경북 사투리를 처음 접했을 때

문경 남자를 만나 결혼 한지 올해로 7년 차. 문경 살이 3년 차. 이제는 제법 문경 사투리를 알아듣는다. 


아빠는 충남, 엄마는 충북, 부모님은 모두 충청도가 고향이시다. 나는 성남에서 태어나 계속 경기도에 살았다. 고모나 이모, 삼촌들도 위의 지역들에 사셨다. 그래서 경상도 사투리를 주변에서 듣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나마 다양한 지역에서 모이는 대학교조차 경상도에서 온 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경상도 사투리는 티브이에서 보거나, 우연히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과 짧은 대화를 나눴을 때 들은 게 전부였다,


남편도 20대에 올라와 계속 위에서 일을 해서 인지, 나름 사투리와 표준어 그 사이의 말을 하고 있었다. 대화하는데 크게 못 알아듣는 단어는 없었다. '나도'를 '난도'라고 하거나, '월요일'을 발음할 때 '워료일'이 아니라 '월요일'이라고 말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문경에 계신 시부모님을 뵙고, 지내다 보니 생소한 단어들이 나타나서 당황할 때가 종종 있었다. 처음으로 당황했던 기억은 어머님이 "아래께 읍내를 다녀왔는데"라고 하셨을 때였다. 대충 문맥상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 같았고,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과거형인걸 봐서는 '어제'나 '그저께'같은 단어 같았다. 잘 모르겠지만 대충 알아듣고 대답했다. 


 "그렇게 하면 걸구 쳐. 걸구 친다니까"


처음엔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뭘 친다는 걸까? 물론 이제는 알아듣는다. '걸구 치다'의 사전적 의미는 '거추장스럽게 자꾸 여기저기 거치거나 닿다'라는 의미다. 대충 걸리적거린다는 말이다. 


그 뒤에도 종종 못 알아듣는 단어가 나왔지만 대충 감으로, 대화의 흐름으로 유추하니까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요새는 모르면 그냥 무슨 뜻이냐고 물어본다. 그럼 잘 기억해 두고 다음에 그 단어를 들었을 때 제대로 반응하면 된다. 


‘방티’라는 단어가 그랬는데, 큰 대야 같은 것을 말할 때 ‘방티’라고 불렀다. 이제는 잘 알아듣고 어머님이 “방티 가져와라~”하시면 잘 가져간다. 


문경은 충북이랑 맞닿아 있어서 그런지 완전 경상도 사투리라고 하기보다는 조금 충청도 사투리의 느낌이 나기도 때로는 강원도 느낌이 나기도 한다. 경상도 사투리라 하기에는 좀 동글동글한 말투가 많고, 표현이 귀엽다


문경 사투리 중에 제법 귀여운 말이 있는데, 말의 끝에 '여'자를 붙여서 하는 말이 있다. 예를 들면 "왜 그래여-"같은 말이다. 정확히 '여'의 발음은 아니고, '요'와 '여'의 어느 중간 즈음 느낌의 발음인데 참 흉내 내기가 어렵고, 흉내를 낸다 한들 그 느낌을 살리기가 어렵다. 충남의 ‘유~’와는 또 전혀 다른 느낌이다. 특히 뭔가 대화를 하다가 격양되거나 감정이 고조되었을 때 '여'자를 붙인 말을 사용하는데, 처음엔 어머님이 하신 말씀을 듣고 '왜 갑자기 나한테 존댓말을 하시지?'라고 생각하며 머리가 복잡해졌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존댓말이 아니었다. 좀 신기한 말투였다. 이제는 그 말이 존댓말이 아니란 걸 잘 알지만, 그 말이 나오면 왠지 웃음이 난다. 


그 특유의 '여-'발음을 따라해 보기도 했지만 참 어색하고, 그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사투리를 쓰는 사람이 어색하게 표준어를 구사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흉내는 내는데 어설프고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났다. 


말에 그 지역의 색이 묻어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거지만 신기하기도 하고, 각자의 말을 만들어 낸 다는 게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단어를 들으면 또 나만의 ‘문경 말 사전’에 잘 저장해 둔다. 귀여운 말들을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다. 그리고는 언젠가 나도 “왜 그래여~”를 적절한 때에 능청맞게 꼭 사용해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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