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의 하루 1
새벽 6시 15분. 부산한 소리에 잠이 깬다. 간병인들은 환자들의 몸을 씻기고, 가래를 빼주고, 기저귀를 가느라 분주하다. 나도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이미 엄마는 가래로 인해 거칠게 숨을 쉬고 있다. 많이 힘들 텐데도 엄마는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는다. 보호자인 나는 엄마의 필요를 미리 알아차리고 충족시켜야 한다. 필요의 때를 놓쳐선 안 된다.
환자는 몸 안에 가래가 많이 쌓이는 데, 가래를 스스로 배출할 능력이 없다. 숙련된 처치자인 나는 가래를 빼내기 위해 재빠르게 비닐장갑을 끼고 카테터(가래를 뽑기 위해 기도에 넣는 긴 고무관)를 준비한다. 엄마의 목에는 목관이라고 하는 의료용 장치가 달려있다. 이곳으로 조심스럽게 카테터를 넣는다. 얼마나 깊이 넣어야 할까? 정확히는 모른다. 가래가 뽑히는 정도를 보며 적당히 넣는다. 그리고 가래를 빨아들이기 위한 흡입기를 켠다. 압력계는 20, 30, 40파스칼을 가리키지만, 비의료인인 내가 적정 압력을 알 리 없다. 그저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엄마가 덜 고통스럽기를 바랄 뿐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석션을 하다 보면 가래와 함께 피가 섞여 나오곤 한다. 흡입기의 압력에 기도가 견디질 못하고 만 거다. 그럴 때면 나도 눈물이 난다. 불쌍한 우리 엄마. 그럼에도 숨을 쉬게 해야 하고, 폐렴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석션을 멈출 수 없다. 엄마는 의식이 없어도 고통을 느낀다. 편도체는 여전히 고통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석션을 할 때마다 엄마는 온몸을 들썩이며 힘겨워한다. 의식도 없는데 온갖 인상을 쓴다. 나도 아프다.
‘엄마 미안해 조금만 참아’
밥을 먹인다. 물론 내가 먹는 밥과는 다르다. 엄마는 콧줄로 경관식을 먹는다. 죽 같은 음식을 30분에서 1시간에 걸쳐 천천히 넣는다. 너무 빨리 넣으면 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밥을 먹이고 나면, 콧줄로 약을 넣는다. 병원에서 주는 알약들을 숟가락으로 빻고, 주사기에 물과 섞어 능숙하게 콧줄로 넣는다. 엄마가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환자는 늘 가만히 있다. 움직이지 않으면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온몸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이 부족해진다. 그러다 보면 피부가 손상되는데, 이것이 욕창이다. 욕창은 면역력과 회복력이 약한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이를 막으려면 환자의 몸을 좌우로 자주 돌려줘야 한다.
‘몸을 옆으로 돌린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60kg가 넘는 의식 없는 사람을 굴리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간신히 몸을 돌려도 몸이 자꾸 기운다. 몸을 고정시키기 위해 등 뒤에 베개를 놓아보지만, 베개도 움직인다. 나는 가뜩이나 마른 체형에 근력도 부족한데, 엄마는 나보다 무겁다. 이 일을 하루에도 여러 번 해야 하는데, 할수록 몸이 지친다.
간병인은 체력이 곳간이다. 곳간이 바닥을 드러낼수록 내 의지도 함께 바닥을 드러낸다
사실 간병인의 하루라고 소제목을 적었지만. 간병인에게 하루라는 단위는 애매하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간병의 무한한 연속선에 있는 거지 하루 그리고 다음날의 경계는 없다. 잠깐 눈 붙이다가 환자 돌보고, 다시 잠깐 잠들고, 또다시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