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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한국인과 다를까?

by 꿈을꾸는아이 Feb 18. 2025

조선족은 나쁘고, 한국인은 선할까?

아니다.

사람은 그저 사람일 뿐이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을 뿐, 나쁜 조선족, 좋은 한국인 같은 이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조선족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서울 대림동에서 20년 넘게 살며 그들과 자연스럽게 공존해 왔기 때문이다. 퇴근길마다 양꼬치 냄새와 길거리 흡연자들을 지나쳤고, 주말이면 가족 상봉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조금 더 시끄럽고 걸으며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그게 조선족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엄마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며 내가 직접 간병을 시작했다. 병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환자와 보호자, 그리고 간병인들이다. 그중 대부분 조선족인 간병인 분들(이하 여사님들)은 간병 신입인 나를 세심히 가르쳐주었다. 1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그들은 내게 기본적인 간병 기술을 하나씩 알려주며 생존할 수 있게 도와줬다. 내가 그들에게 배운 것들을 떠올리면 여전히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떤 여사님은 중국에서 이미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지만, 은퇴 후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한국에 왔다고 했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들이 자신을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인으로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편견과 진실 사이

간병인 시장에서는 한국인 간병인이 조선족보다 일당이 1~2만 원 더 비싸다. 일부 사람들은 한국인 간병인이 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 경험상 사람은 사람일 뿐이다. 간병인의 성실함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병동에서는 소문이 빠르다. 간병인들이 게으르거나 환자를 잘 돌보지 않으면 금세 악담이 퍼진다.

“환자 안 돌볼 거면 왜 간병하러 왔어?”

간병인들 사이에서도 게으른 동료는 철저히 비판받는다.

내가 참여한 뇌질환 환자 보호자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을 보면 조선족 간병인에 대한 편견과 불만이 넘친다.

“돈만 밝힌다.”, “명절 휴가비를 요구한다.”, “환자를 방치해 욕창이 생겼다.”

물론 내가 간병인들과 고용인-피고용인 관계가 아니라 동료로 만났기에 더 좋게 평가한 걸 수도 있다. 돈에 대해서 더 집요한 점이 있을 수는 있으나 적어도 내가 만난 조선족 간병인들은 환자 돌봄에 있어 허투루 하지 않았다. 그들은 환자를 지극히 인간적으로, 성심껏 돌봤다.

외국인 혐오, 근거 있는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거류 중인 외국인의 범죄율은 한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다.

형사정책연구원의 한 연구자는 이렇게 말한다.

“외국인 신분으로 타국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면 추방당해 생계가 끊기니까요.”

생각해 보면 당연한 말이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에 온다. 그들이 모국에서 어떤 삶을 살았든, 한국에서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내가 경험한 조선족 간병인들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간혹 무례하거나 성실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그것은 국적과는 전혀 무관한, 그저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외국인 혐오는 사실과 다른 편견에서 비롯된다. 그 편견을 조금이라도 걷어내기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진짜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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