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가장 빡셀까?
보상 대비 최악의 아르바이트로 손꼽히는 일이 있다. 바로 택배 상하차다. 인터넷 후기만 봐도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도망간 사람, 쓰러진 사람, 하루 만에 그만둔 사람 등 흉흉한 이야기들이 넘친다. 그런데도 보상이 좋은 편이 아니니, 이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육아도 만만치 않다.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박지성조차 축구와 육아를 비교하며 “축구가 낫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나도 부모로서 육아를 해봤기에 알지만, 육아는 정말 고된 시간이었고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웠다.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나는 앞선 2개보다 간병이 단연코 힘들다고 얘기하고 싶다. 일의 힘듦을 정의하는 여러 가지 척도가 있는 데 몇 가지를 들어 얘기해보고 싶다.
택배 상하차
택배 상하차는 보통 하루 11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한다. 근무지가 외곽에 있는 경우가 많아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다. 새벽 근무가 주를 이루는 특성상 생체 리듬도 깨진다. 무엇보다 노동 강도가 극도로 높다. 젊은 남성들도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둔다는 후기가 흔하다.
육아
육아는 특히 신생아 시기에 가장 힘들다. 아이가 잠을 제대로 자지 않아 부모도 잠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울고, 분유 먹이고, 젖병 씻고, 안아주고… 이 모든 과정이 끝없이 반복된다. 노동 시간이 길고 정신적으로 피로하지만, 육체적 노동 강도는 비교적 낮은 편이다.(비교적 그렇다는 거지 사실 너무 힘들다.)
간병
간병은 노동 강도와 시간이 모두 최악이다. 환자가 자는 동안에도 간병인은 쉴 수 없다. 예를 들어 뇌출혈 환자의 경우, 기도절개술을 받은 환자는 하루 3번 네뷸라이저를 사용해야 하고, 수십 번씩 석션(가래 제거)을 해야 한다. 특히 가래는 새벽에 심해진다. 동굴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환자의 가래 끓는 소리에 정상적인 비램수면 사이클은커녕, 최소한의 수면시간도 확보하기 어렵다.
체위 변경은 또 다른 산이다. 2시간마다 환자의 자세를 바꿔줘야 하는데, 몸무게 차이가 크거나 간병인의 근력이 부족하다면 정말 고된 일이 된다. 가장 힘든 작업 중 하나는 기저귀 교체다. 한 손으로 환자를 고정시키고, 다른 손으로 처치를 해야 하는데, 초보자는 한 번 교체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침대에서 허리를 굽힌 자세로 계속 작업하다 보면 아... 허리는 이미 저 세상이다. 근데 이 짓?을 하루에 몇 번을 하는지 모른다. 간병하다 처음으로 눈물 난 사건이 기저귀교체였다.(애기 기저귀는 장난이라고!)
택배 상하차
보람은 느끼기 어렵다. 금전적 보상이 유일한 이유지만, 그마저도 크지 않다.
육아
육아가 힘들다지만 동시에 보람 그 자체다. 아이가 예쁘게 자라는 모습, 웃는 얼굴, 아기 냄새 등은 부모에게 큰 위안과 동기를 준다. 마치 무한한 행복이 확정된 백지수표라 할까?
간병
간병은 보람을 느끼기 어렵다. 환자가 조금씩 호전되면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들지만, 자발적으로 선택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큰 만족감을 얻기 어렵다. 보상도 없다. 오히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퇴행만이 남는다.
택배 상하차
택배상하차는 예상이 가능하다. '아 오늘은 김치랑 물이 많네' 등의 물리적 변동성이 분명 있지만 그래도 11시간 후면 집에 갈 수 있다는 예측가능성이 있다.
육아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는 난도가 높다. 아기는 생물이기에 수면시간도 들쑥날쑥하고 감정의 기복도 크다. 무엇보다 아프다든지 토를 한다든 지의 비정기적 이벤트는 부모의 마음을 쉽게 좌절시킨다.
간병
근데… 간병은 더하다. 산소포화도가 갑자기 떨어져 다른 병원으로 갑자기 가야 할 수도 있고, 알 수 없는 의식 잃음으로 마음도 졸여야 한다. 정신이 어느 정도 깨면 투약거부, 식사거부, 심지어 화내고 욕하는 환자도 많다. 통제가 안 되는 영역이 너무나도 많다.
사실 답을 써놓고 내 마음대로 정리했기에 주관적이고 독단적이지만 나의 선택은 간병의 압승이다. 노동강도&시간, 보상 등등 어느 면을 봐도 간병이 힘든 편이고, 가장 큰 어려움은 끝이 없다는 거다. 1년이 될지 4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른다.
택배와 육아는 당위성이 부여된다. 택배는 소정근로시간을 통해 재화를 얻는다, 이는 노동의 의무라는 국민의 4대 의무에 속한다, 육아는 나의 아이가 커나가기 위해 시간 물질을 써야 하는 자녀부양의무가 있다.
하지만 간병은 다르다. 분명 아픈 가족을 돌봐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자, 인간적 도리가 있지만 이것도 나에게 부여된 기본적 역할, 가정의 돌봄과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충족할 때, 간병을 할 수 있는 자격과 정당성이 부여된다. 내가 기존에 지켜왔던 사회적 역할에 소홀해진다면 간병을 이어나갈 수 없다. 간병과 동시에 육아를 해야 하는 아빠로서의 책임. 엄마의 병원비를 위해 돈을 써야 하지만 동시에 돈을 벌어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은 간병인을 더욱 어렵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