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난 당신께.

열다섯 번째 편지.

by 윰세

당신께서 어딘가 이상하다는 남동생의 연락에 당장 전화를 했지요.

당신과 통화를 하며 ‘힘 빠짐, 두통, 그리고 어눌한 말.’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습니다.

핸드폰을 통해 전해지는 당신의 목소리가 전과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는 대표적인 뇌졸중 증상이니 지체하지 말고 응급실에 가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가야 한다는 제 말에 당신께서는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내과에 가서 비타민 수액도 맞고 한의원에서 침도 맞았다고 하며 다음 주에 종합 병원 외래에 예약해 두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오히려 큰일이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뇌졸중 증상이 나타난 지 6시간 이내에 혈전 용해제를 투약하면 큰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는데 증상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나 지났던 겁니다.

당신과 함께 있던 남동생에게 더 늦지 않게 응급실로 가라고 말하고 저도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걱정과 다르게 응급실은 한산했고 바로 검사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신경과 교수님께서 그날의 당직이었고 뇌경색 진단을 받은 뒤 바로 입원할 수 있었지요.

병원 침대에 누워 불안에 떨고 있는 당신께 의사에게 들은 말을 차분하게 전했습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질병 없이 건강하셨던 당신은 충격을 받으셨지요.

건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며 자책하는 당신께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 누구나 이런 상황이 생길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고용량의 혈전 용해제가 효과가 있었는지 당신께서는 점점 증상이 나아지셨고 멀쩡하게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지요.

하지만 한쪽이 힘 빠지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당신께서는 무척 우울해하셨습니다.

차라리 그냥 가버리는 게 나았을 거라는 말씀을 하셨지요.

저는 어떻게 그런 말을 딸 앞에서 할 수 있냐고 따지는 대신 사람의 신체는 균형을 잡으려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곧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했습니다.

다행히 당신께서는 점점 힘이 생기고 나아지고 계시지요.

어제 당신께서 전화를 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운이 좋았어. 갈 때가 아니라서 하늘에서 도왔나 봐. 그렇지? “

당신 말씀이 맞습니다. 응급실에 사람이 많아서 치료가 늦어졌을 수도 있고 당직 의사가 신경과 교수님이 아니었을 수도 있지요. 그리고 병실에 자리가 없어서 응급실에서 며칠 밤을 지새웠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새로 태어난 기분이야. “

그리고 응급실에서 제가 너무 아무렇지 않게 진단받을 걸 전하길래 뇌경색이 경미하고 완전히 회복할 줄 알았다고 덧붙이셨습니다.

저까지 안절부절못하면 좋지 않을 것 같아 최대한 차분하려고 노력한 건데 그런 오해가 되레 회복에 도움이 되었던 모양입니다.

“살아있는 게 참 좋다.”

당신과 즐겁게 대화를 나눈 뒤 전화를 끊고 나서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응급실에서 보호자로서 뇌경색 진단을 받고 충격을 받았을 때도, 딸로서 더 신경 쓰지 못한 것에 죄책감이 들 때도, 입원실 침대에 누워 서럽게 우는 당신을 안고 위로할 때도 눈물이 나지 않았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함께 할 날들이 남아있어서 좋다는 생각에서 나온 안도의 눈물이겠지요.

앞으로도 당신과 서로 마주 보며 자주 웃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기고 싶습니다.

당신께서 무사한 것에 하늘과 땅, 온 우주의 자연과 모든 신께 감사를 드리며 이만 줄입니다.

오늘도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