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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세 Dec 08. 2024

항상 진실된 당신께.

일곱 번째 편지

눈을 잡아끄는 제목에 끌려들어 가서 글을 읽으면 막상 아무 내용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글쓴이를 향한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하지요.

엄청 재밌는 이야기를 할 것처럼 뜸을 들여놓고 당신 귀에는 하나도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야기를 하는 저처럼 말입니다. 하하하.


그런 글들을 접할 때면 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겉만 화려하고 맛도 하나도 없는 속 빈 강정처럼 비친 적은 없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만약 절 만난 많은 사람 중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면 충격을 받을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제 모습과 다른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의 실망은 어쩔 수 없으나, 기대감을 심어준 게 바로 저라면 말이 아예 다르겠지요.


타인에게 기대를 심어준다는 건 어떤 걸까요?

저는 그 사람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도움을 준다는 건 어떤 걸까요? 어디까지 돕는 게 이로운 걸까요?

이런 질문에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접한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앙드레 지드의 <위폐범들>입니다.


<위폐범들>은 주변 사람들의 존경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훌륭한 작가 에두아르와 아버지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 베르나르의 이야기를 주축으로 카메라로 앵글을 이리저리 비추듯 주변 인물을 차례로 소개합니다.

자기 아이를 임신한 여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매혹적인 악의 덫에 빠지는 예비 의사 수련생,

사상만 떠들어대는 치기 어린 학생,

외도를 저지른 잘못을 외면하고 도망치는 어머니,

가짜 언론인, 신부 등을  소개하며 그들의 부도덕함에 대해 넌지시 전하지요.

부모, 의사, 언론인, 법률가, 종교인 등 신뢰가 중요한 사람들의 부도덕함은 언제나 커다란 충격을 주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제가 가지고 살았던 신념과 생각들의 옳고 그름에 대한 고찰과 그에 따르는 여러 가지 감정들이 혼합되어 일주일 넘게 혼란 속에서 보내야만 했습니다.


앙드레 지드가 말하는 ‘위폐범들‘은 가짜 돈을 만들어 시장 상인들을 속이고 다니는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타인을 참견하고 개입하며 다른 사람의 인생에 비극을 주는 그 모두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제일 충격받은 건, 제가 소설 속에 애정하던 인물이었던 에두아르가 유일하게 개입하지 않은 소년 베르나르만이 자기 자아를 스스로 찾아내고 안전하게 제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타인을 휘두르고 함부로 비방하고 책임감 없이 사람을 궁지로 모는 인간과 그것에 휘둘리는 인간을 향한 경고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으나 남의 사상이 자기의 것인 양 어려운 말로 떠드는 이는 정작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게 될 거라고 무섭게 다그치는 것에 감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고 혼란에 빠진 건, 부드러운 언어로 된 충고를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타인에게 함부로 기대를 심어주지도 말고 책임감 없이 함부로 손을 뻗지도 말고 희망도 가지게 하지 말자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린 건 아닙니다.

‘남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어떤 장애에 부딪히자마자, 또한 인습, 범속한 것, 관례적인 것과 싸워야만 되자마자 곧 짜증을 내버리고 마는 것이다.’

책 속의 글귀를 보면서 누군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너무 얇고 옅은 상태에서 함부로 도우려 했던 건 아닐까, 그에 따른 결과에 충분한 책임감을 신중하게 고려했던가 하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타인을 진정으로 헤아리며 진실되게 대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마음에 새기며,

동시에 작가로서 인물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좋은 면만 보여주며 도덕책처럼 말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습니다.


앙드레 지드의 바람을 이룬 유일한 주인공 베르나르처럼 저도 제 소설 속의 주인공들에 바라는 게 같기에 <위폐범들>이 제 마음에 더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소중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고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쥐고 살기를 바람말이지요.

그건 저를 향한 바람이기도 하고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바라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당신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당신께서 원하는 만큼 언제 어디서라도 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보내드릴 수 있다는 겁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장애, 인습, 범속한 것, 관례적인 것들을 모두 초월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제 마음을 저의 언어로 설명을 드렸으나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제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 믿습니다.

항상 제게 진실된 사랑과 진심을 전하시는 당신께,

제 편지가 당신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치유의 힘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당신께서 베풀어주신 진심과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나 보답하고 싶은 윰세 올림.


추신) 책 뒷편의 역자 해설은 소설을 이해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지요.

<위폐범들>의 역자 해설에 바흐의 푸가 형식으로 썼다는 작가의 설명이 나옵니다.

작가 자신이 의도한 소설의 진정한 가치나 의미보다는 소설의 구조나 형식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들에게 푸가 형식을 운운하며 ‘옜다. 이거나 먹어라.‘ 하고 먹잇감을 던져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건, 좁은 소견을 가진 제 착각인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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