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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an 23. 2020

현관문만 열 번 넘게 여닫다.

2020년 1월 23일(목) - 퇴사 후 23일    

 

책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관심이 가는 책이 있으면 바로 결제하고 책이 오기까지 목 빠져라 기다린다. 서울에 살았을때는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오후에 책 배송이 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책 배송이 시작되었다고 연락이 오면 이틀을 기다려야 한다. 서울과 경기도에 경계선에 있는 양수리는 경기도의 품에 있기 때문에 서울처럼 빠르게 배송되지는 않는다. 책 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하는 경우 대개 이틀을 기다린다.     


지난 1월 20일 월요일에 책 주문을 했다. 책 주문을 하면 바로 포장하고 배송되는 곳이라고 하여 내심 일찍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이틀 꽉 채우고 22일 수요일 배송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기존에 오던 택배가 아니라 타 택배회사라서 몇 시에 배송이 올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무슨 작은 소리만 나면 현관문을 열고 택배가 왔는지 확인했다. 시간은 늦었고, 배송완료 되었다는 문자는 오지 않으니 배송물이 발이 달려 사라진건 아닐거다. 생각해보니 설 명절이 있는 주라서 배송물품이 많아서 배송이 지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밤 9시가 되어서 현관문 열어보기를 관뒀다.    

 

그리고 오늘 날이 밝았다. 며칠전부터 무리해서 돌아다녀서 몸이 뻐근하고 두들겨 맞은 것 마냥 아팠다. 원래 저녁 때 영화를 보러 가기로 약속되어 있었는데 갈 엄두가 나지 않을만큼 몸이 괴로웠다.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집에만 얌전히 있는데... 가만있어보자... 택배가 언제오려나... 기다려졌다. 무슨 소리만 나면 현관문을 여닫기 시작했다. 현관쪽이 아니라 창문 밖에서 나는 소리에도 집중하고 현관문을 열어 제꼈다. 택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쓸쓸히 아무것도 없었다. 택배가 문 앞에 와 있을 때, 택배 온 상자를 뜯으며 엄청난 기쁨을 느끼는 나로써는 무척이나 이해되는 행동이였다.     


무언가 ‘탁’ 소리가 났다. 어?! 이번엔 진짜인거 같은데. 현관문을 열었다. 옆집 문도 열려있다. 옆집 사는 분이 본인 짐 들고 집 들어가려고 하다가 내가 현관문을 열자 놀라서 나를 쳐다봤다. 옆집 분들 주말용으로 집을 얻은 거라 오늘은 올 때가 아닌데 사람이 있어서 나도 무척이나 놀랐다. 보고 서로 “악!” 소리 지르고 목 인사를 하고 그 분은 집으로 들어가고, 나도 문을 닫았다.     


그렇게 하루종일 현관문을 수십차례 더 여닫았고, 오후 7시에 택배가 오고 난 그 행동을 멈췄다. 정작 택배가 온 소리는 못 듣고, 쓰레기 분리수거 하러 가려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택배 온 것을 발견했다. ‘아, 허무해’     

매우 자주 택배는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지만, 때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마음으로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택배와 나의 연결고리인 현관문은 가끔만 열어보자. 먼가 백수가 되어 할 일 없어서 강박적으로 신경 쓰는 것 같이 보이는 게 구차하잖아.

차라리 그 시간에 방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자.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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