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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Jan 29. 2020

정신과 진료실에는 각티슈가 있다.

2020년 1월 29일(수) - 퇴사 후 29일    


   

어제 예약한대로 오늘은 병원가서 공황장애 약을 타는 날이다. 일어나자마자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하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다. 병원 입구에서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 보고 ‘아! 맞다!’ 어제까지만 해도 잠들기전까지 우한폐렴으로 불안했었는데... 오늘 일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까먹고 있었다. 역시... 사람의 불안이란 껴안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잠깐 든다. 강남에 있는 큰 종합병원에 들어서자 열감지기 같은 게 보인다.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손세정제를 뿌려주고, 마스크 없는 사람들은 마스크를 나누어 주며, 최근 2주내 중국에 다녀온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다.     


5층에 위치한 정신건강의학과에 갔다. 4시 진료이나 상담이 지연되어 나는 4시 40분이 넘어서야 진료를 보게 되었다. 3개월에 한 번 가는 것이라서 그동안 공황장애 책을 발간할 것을 선생님께 드렸다. 퇴사 소식도 알렸다. 그리고 지금 백수로써 얼마나 자유롭고, 여유롭게 사는지 알려드렸다.     


알람을 맞추지 않고 눈이 떠질 때 깨어난다고 말했다. 매일같이 1시간 이상 산책을 한다고 했고, 어제는 헬스장 가서 일단 1개월 등록하고 왔다고 말했다. 매일 글을 쓰며 브런치 글도 연재하고, 다른 글들도 쓴다고 말했다. 출판사 서평도 쓰고, 주식활동도 한다고 했다. 그렇게 열심히 얘기하고 있는데... 각티슈가 보였다. ‘아...’    


정신과 진료실에 와서 단 한번도 눈물을 흘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예전에는 조울로 인하여, 7년전부터는 공황장애로 인하여 여러차례 병원을 다녔다. 그때마다 공통점은 진료실마다 각티슈가 있다. 다른 전공과에 갈때는 인상깊게 진료실을 안 봐서 각티슈 있는지 유무는 확인해본 적이 없으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은 항상 티슈가 있었다. 그리고 힘들때마다 자주 애용했다. 그게 퍽이나 인상적이였다. 진료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먼저 진료한 분들 눈시울이 붉어져서 나오는 경우를 보게 된다. 언젠가는 각티슈 시점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리라. 작가적 관점으로 생각하며 시선을 뗐다.     


백수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잘 지내고 있음에 선생님과 나는 같이 박수를 쳤다. 또다시 3개월 후를 기약하며 진료를 마쳤다. 서울까지 와서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노원구에 있는 북카페에 갔다.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구입했다. 책 소재에 떡볶이가 나왔다. 맛을 안 봤으면 몰라도... 이미 먹어본 동네 떡볶이집이 생각났다. 책을 조금 읽다가 서둘러 택시를 타고 두물머리로 돌아왔다. 떡볶이집 불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엄청 신나게 ‘다다다다’달려 갔는데 영업을 마친 후 마무리 중이였다. 아... 오늘 하루를 나도 마감해야하는데...    

집으로 돌아와 치킨을 주문했다. 오늘은 혼자서 서울에 있는 병원까지 잘 다녀왔으니까. 진료실 각티슈에 의지하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고 박수까지 받았으니까. 치킨 먹을 자격이 충분했다. 그렇게 닭다리를 뜯으며 오늘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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