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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수리 감성돈 Feb 07. 2020

백수가 펭수에게 보내는 편지

2020년 2월 6일(목) - 백수 37일째    

     

펭수야, 안녕. 나는 백수 감성돈이야. 우리는 뒷글자 ‘수’로 끝난다는 공통점이 있네. 하하- 반갑다. 너를 처음 알게 된 건 12월 초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배우 박정민 때문이였어. 내가 배우 박정민을 엄청 좋아하거든. 그런데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가 펭수에 입덕한거야. 그 후 펭수의 매력이 뭘까? 궁금해져서 자이언트 펭TV를 구독했어.     


그러면서 조금씩 너의 매력을 알게 된 것 같아. 네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기억에 남고 에피소드들이 공감이 가더라. 싫은 건 싫다고 하고, 좋은 건 좋다고 말하는 것도 시원시원해서 좋았어. 나도 결국 입덕해버리게 되었어. 잠들기 전 누워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며 얼마나 낄낄대고 웃었는지 몰라.     


펭수는 날이 갈수록 인기가 더해지고 펭수를 모델로 하는 상품들이 많이 나왔어. 처음에 펭수 다이어리를 사며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어. 그리고 홍삼가게와 콜라보 했을 때 혹시라도 명절 선물로 홍삼이 올 때 스티커가 함께 오지 않을까 기대를 했어. 선물로 온 물건들에 스티커는 없었고 그에 대한 실망감이 컸던 것 같아. 점점 더 너를 물질적으로 소유하고 싶어지더라.     


최근에 어느 편의점에서 발렌타인데이 펭수 초코 3종 세트가 나온 걸 보았어. 동네에 있는 그 편의점에 가서 너를 찾아 헤매였어. 3종을 모두 구입하리라는 마음을 갖고 출근하듯 편의점을 들락날락 한 것 같아. 어렵게 구한 만큼 기쁨도 컸어. 그 안에 있는 스티커, 등신대, 노트 등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어. 어제 아버지께서 집에 하루 묵고 가셨는데 내가 펭수를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희한하게 바라보시더라. 네 나이가 몇이냐고 하지는 않았지만, 백수가 돈이 썩어나냐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난 눈빛으로 그것들을 읽었어. 나도 고민하게 되더라. 백수가 덕질을 하는 건 죄가 없지만, 굿즈나 펭수를 모델로 하는 물건들을 사들이는 것에는 어느정도 제약을 가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라. 배고픈데 밥 사먹을 돈이 없어서 못 먹었던 적도 있는데, 지금 몇 푼 있다고 그걸로 내가 좋아하는 덕질에 돈을 쏟는게 나 또한 여기서 멈춰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   

  

나도 펭수 인형 갖고 싶어.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참치도 사먹고, 티셔츠도 사고 싶은데. 나는 이제 펭수 다이어리와 초코과자 3종 세트에서 멈추어야 할 것 같아. 그렇다고 널 향한 내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마. 지금은 너에게 푹 빠진 상태야. 대신 물질적인 소유가 아닌 마음으로 너를 좋아할게. 그게 백수로써의 덕목인 것 같아. 굿즈는 여기까지지만, 내 덕질은 계속된다. 그럼 이만 안녕. 펭러뷰~     

백수 37일째.

덕질하는 백수 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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