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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서윤 Dec 31. 2021

계절을 감각하는 능력

일상에 맛을 더하는 중요한 감각

어느 날 약속이 있어서 밖으로 나왔다. 핸드폰을 사용하면서 길을 걷다가, 신호등을 보려고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와아.” 하고 나도 모르게 작은 탄성이 나왔다. 어느새 단풍이 알록달록 물들어있는 것이다. 그제야 가을이 왔다는 걸 실감했다. 언제 이렇게 단풍이 물든 거야.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관찰할걸. 나 요새 정신을 어디에 놓고 다닌 거지?


계절을 감각하는 게 둔해졌다. 봄은 말했다.

“왜 요즘엔 벚꽃 보러 안 와?”

여름도 말했다.

“바다는 안 볼 거야?”

가을이 말했다.

“단풍은 거들떠도 안 보네?”

겨울이 말했다. “크리스마스는 기대 안 되니?”


문득 몇 년 전, 한강에서 들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아 진짜 날씨 너무 좋아~ 오빠 사랑해~”

“나도 사랑해~ 근데 모기가 왜 이렇게 많냐…….”


여자의 말을 곱씹으며 생각했다.


계절을 감각하는 능력.

그것도 능력이 될 수 있구나……


계절들의 투정을 듣자 어쩐지 미안해졌다. “나 오늘 바뀐 거 없어?”라고 묻는 계절의 질문에 “모르겠는데.”라고 대답하는 무신경한 애인이 된 것 처럼... 내가 잠시 권태기가 왔었나 보다. 일명, 계절 권태기. 권태기를 극복하면 이전보다 더 끈끈한 사랑이 된다고 들었다. 사랑은 권태기를 극복하기 전이랑 후로 나눠진다고. 권태기를 극복하기 전의 사랑은 ‘가짜 사랑’이라고. 드디어 ‘진짜 사랑’을 할 절호의 기회인가.

계절을 감각하는 능력은 일상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창밖에 찬바람이 불어온다. 겨울이 다가오니 크리스마스트리를 꺼내볼까. 사랑의 계절이 오고 있다. 사랑의 열매를 수확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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