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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Mar 19. 2022

시류에 뒤쳐진 것은 학교가 아니라 학부모다

공교육의 중요성

솔직히 현재 부모들은 공교육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강합니다. 학교에서 배울 건 없고, 영어든 수학이든 논술이든 다 학원을 돌려야 된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면서 학교는 도대체 뭘 하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리기도 하고, 학교 수업을 오히려 방해물로 여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마 그 믿음 중 일부는 자신이 어릴 적에 겪었던 학교와 선생님들의 모습이 투영된 결과일 겁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제가 중, 고등학교는 경험하지 못해 모르지만 적어도 초등교육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선생님들 개개인의 자질이 훌륭합니다. 요새 교대 나와서 선생님 하려면 초엘리트여야 되는 거 다들 아시죠? 그런 우수한 자질을 가진 젊은 선생님들이 열과 성을 다해서 온갖 연수를 받고 아이들을 가르칩니다(물론 모든 선생님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저는 최근에 담임선생님이 아이에게 내 준 숙제를 보고 놀라운 충격을 받았는데요. 아이의 감정지능, 자기이해지능, 자기관리능력 등을 어떻게 길러줄 수 있을까가 늘 고민이었지만 그것을 공교육에서 기대하고 있지는 않았는데,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 안에 고스란히 그 고민과 노력이 들어가 있더라고요(제가 선생님께 감사인사를 드리자 선생님은 오히려 숙제만 보고 의도를 알아차리는 학부모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사하셨어요).


그리고 '미래의 인재를 키워내는 일'에 누가 가장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까? 국가입니다. 부모는 솔직히 내 자식 한 명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만, 국가는 미래사회에 맞는 인재를 키워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국가의 흥망성쇠가 달려있기 때문에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씁니다. 그런 국가의 니즈에 맞춰서 온갖 전문가들이 동원되어 만들어내는 게 학교 커리큘럼입니다. 


학교교육에 충실하면 어쩐지 시류에 뒤쳐질 것 같은 불안이 있으시죠? 시류에 뒤쳐지는 건 학교가 아니라 학부모들이에요. 학교교육 등한시하고 그 시간에 우리가 아이들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영어 지식, 수학 지식 아닙니까? 그게 과연 얼마나 필요할까요?


좋은 대학 가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닙니다. 지금도 그렇고 다가올 사회는 더더욱 대학 졸업장이 인생을 보장해주지는 않을 겁니다만, 그럼에도 여전히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의 풀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 만나라는 뜻이 아닌 건 짐작하시겠죠. 입시전쟁을 치르고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는 건 적어도 자기관리능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이고, 그런 사람들은 미래를 개척하는 태도 또한 다릅니다. 


스터디 코드의 조남호 대표님이 서울대 가서 가장 충격받았던 것이 친구들의 마인드였다고 얘기했었어요. 그전에 어울리던 공부 못하고 친구들은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장래희망은 무슨... 어디 목 좋은 자리에 가서 가게나 차려야지. 엄빠가 자금 좀 대주면 좋겠네." 정도였는데, 서울대 가서 만난 친구들은 큰 포부가 있고, 그것을 당당히 이야기하며, 실제로 현실화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이었어요.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는 존재이기에, 어떤 그룹에 속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당장 입시를 위한 지식을 쌓느라 더 중요한 걸 등한시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100세도 넘게 살아야 하는데 대학입시는 그 긴 인생 중 한 부분에 불과하니까요. 그리고 어느 외국학자가 말한 것처럼 한국의 선행학습과 입시전쟁은 '냉전시대의 군비경쟁'을 방불케 합니다. 상대보다 조금 더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제 살 깎아먹는 경쟁, 이제는 다들 그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photo by kimberly-farm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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