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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Mar 24. 2022

내 아이는 왜 공부를 못할까? (8)

스마트폰과 부모의 양육관

앞서 게임중독 얘기를 했는데, 게임이나 스마트폰 사용에서 자주 부딪히는 문제 중 또 하나는 부모의 가치관이 불일치하는 것입니다. 


대체로 엄마들은 가능한 한 안 시키거나 최대한 늦게 시키고 싶어 하고, 아빠들은 무조건 막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허용하되 스스로 통제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하는 입장입니다. 그런 말을 하는 아빠를 보면서 속으로 '자기도 스마트폰 중독이면서 애한테 통제를 어떻게 가르친다는 거야!' 하고 혀를 끌끌 차는 엄마들도 많이 있으시겠죠. 쉬는 날 남편이 한없이 소파에서 뒹굴거리면서 휴대폰 게임하는 모습은 우리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니까요.


일단 뇌과학적 입장에서는 스마트폰을 최대한 안 하는 게 좋긴 합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의 뇌의 상태는 제대로 깨어있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거든요. 중독자의 뇌구조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어려운 이론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저는 7세부터 늘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책 중독이었는데, 정확히 스마트폰을 가지게 된 2011년 7월부터 독서량이 급격히 줄었습니다. 터치 몇 번 하면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책을 읽을 이유가 없지요. 가끔 읽더라도 (특별한 필요가 있지 않는 한) 생각 많이 안 해도 되는 이지 리딩 장르의 책에 주로 손이 갑니다.


미디어를 너무 통제하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할 수 없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미디어를 소비하는 것과 미디어를 이용해 생산활동을 하는 것은 영역이 좀 다릅니다. 컴퓨터 많이 한다고 다 스티브 잡스 되는 게 아니고, 게임 많이 한다고 해서 꼭 게임 콘텐츠 제작자가 되는 것은 아니듯이요. 물론 제작자가 되려면 게임을 많이 접해야 하겠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무언가에서 도피하기 위해 중독적으로 게임을 하는 것과는 양상이 다르지요.


하지만 '크리스천 엄마들을 위한 제언'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가정 내에서 부모의 양육 기준은 하나로 통일되어야 합니다. 너무 다르면 아이에게 혼란이 오고, 때로는 아이가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 하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부모의 가르침은 권위를 잃어버려요. 엄마가 못하게 해도 어차피 아빠랑 있으면 할 수 있어, 엄마가 안 된다고 해도 결국은 하게 되더라... 이런 결과만 학습하게 되지요.


게다가 부모의 양육관이 불일치하면 부부 사이에 충돌과 갈등이 생길 여지가 높습니다. 게임을 안 하기로 정했는데도 애는 하고 싶어 하고, 아빠가 옆에서 "좀 하면 어때서?" 이런 반응을 보이면 부아가 치밀죠. 저도 모르게 애한테 아빠 험담을 하게 되거나 "지 아비 닮아서 저 모양이지..."라는 말이 불쑥 튀어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런다고 아이가 "어머니, 아빠를 닮지 않기 위해 스마트폰을 끊겠습니다."라고 하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이 길티 플레저가 될 것이고, 아빠는 우스운 사람, 엄마는 아빠 험담하는 사람이 될 뿐입니다.  


도저히 양육관이 일치하지 않는데 어쩌하란 말이냐... 한숨만 나올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도 양육관이 온전히 일치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문제 되는 상황에 관하여 아이와 다 같이 상의하세요. 아빠는 이렇게 생각하고, 엄마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너는 어떤지... 


온 가족이 모여서 그 문제에 관해서 이야기하면서 각자 입장도 들어보고, 자기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논리적으로 얘기도 하게 하면서 아이는 갈등이 생겼을 때 대화로 해결하는 방법과 더불어 자기 의견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법도 배우게 될 것입니다. 갈등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 갈등이 있어도 서로 사랑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이고, 가장 중요한 건 부모로부터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물론 아이를 존중한다고 해서 아이의 뜻대로 들어주라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아이의 보호자로서 아이에게 최선의 선택을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것이 수용 가능한 범위 내라면 좋지만, 아니라면 결국 결정은 부모가 하는 것이지요.


그럼 앞서 주도성에 관하여 말한 것을 기억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어떤 때에는 아이에게 주도권을 주라고 하고, 어떤 때는 부모가 결정하는 거라니 헷갈리네... 하시면서요. 


큰 틀은 부모가 정하고, 그 안에서 자유를 주시면 됩니다. 큰 틀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아이의 나이, 기질, 문제 상황에 따라 다르고요. 물론 기본적인 도덕률, 사회적 규칙 등 사람이라면 지켜야 하는 건 큰 틀에 들어가겠지요. 게임이나 스마트폰이라면 그것을 허용할지 말지, 허용한다면 얼마나 할지 정도는 큰 틀로 부모가 정하시고, 언제 할지, 어떻게 할지 등은 아이에게 맡기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온 가족이 모여서 대화하는 거 말이 쉽지 그게 되겠냐... 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수 있는데, 왜 대화가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내가 맞아. 내 뜻대로 해야 돼.' 이런 마음 아니신가요? 특히 아이 양육에 있어서는 아빠의 의견보다 엄마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우위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예전 글 하나 링크 겁니다. 

https://brunch.co.kr/@mychoi10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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