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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07. 2021

나를 위한 힐링타임, 홈카페

코로나 시대의 집콕 취미생활


눈을 뜨니 새벽 5시 20분. 더 잘까 하다가 이내 단념하고 일어났다. 애쓴다고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그럴 바엔 이 소중한 새벽시간을 나를 위해 사용해야지.


저그에 뜨거운 물을 받아 예열을 한다. 시어머니가 크로아티아 여행 선물로 사다 주신 물건이다. 한동안 아이 방에서 연필꽂이 노릇을 했는데 최근 홈카페에 꽂힌 내가 다시 주방으로 소환해서 티팟으로 쓰고 있다. 나는 티팟보다 뚜껑이 없어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저그를 더 좋아한다. 꼭 나 같다.  


적당히 예열이 되자 물을 따라버리고 찻잎 한 스푼. 새벽부터 빈 속에 카페인이 과할 것 같고, 새벽의 고요함에 더 어울릴 것 같아 녹차를 선택했다. 언젠가 지인에게 선물 받은 서호용정차. 찻잎 위에 다시 뜨거운 물을 붓는다. 아차, 찻잔 예열을 깜빡했네. 초보자답다.


차가 우러나온 후 거름망을 대고 조심히 따른다. 둥근 찻잔이 금세 연녹빛으로 가득 찬다. 노리다케의 하나 사라사. 살 땐 몰랐는데 집에 와서 가만히 살펴보니 바탕의 흰 빛이 좀 차가워 보이는 것도 같아 마음에 걸리더니, 찻물이 들어가니 금방 따뜻한 빛깔을 띤다. 차와 찻잔의 조화가 신비롭다.


한참 동안 찻잔을 응시한다. 찻잔의 무늬가 내게 말을 걸어올 것 같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이 행위를, 차를 우리고 찻잔에 담고 그것을 감상하는 행위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한 모금 마신다. 몸이 따뜻해진다. 이 온기로 오늘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ps. 글을 올리다 보니 유독 '눈을 뜨니 새벽 ㅇ시 ㅇ분'으로 시작하는 글이 많네. 육아 독립 중인 워킹맘은 새벽시간 말고는 글 쓰기가 쉽지 않구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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