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밍이 Jan 28. 2021

요리가 주는 온기

들깨순두부과 참치김치볶음

평일 점심.

단축근무로 인한 점심퇴근길에 내가 무엇을 먹고 싶나 생각해 본다. 언제나 '오늘 아이 반찬은 뭘로 하지? 남편은 뭘 주지?'고민했는데, 오늘은 온전히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싶다. 나를 더 사랑해주고 싶어서.


마트에 들러 질 좋은 순두부를 사 가지고 집에 와서, (나 말고 친정엄마가) 해감해서 냉동실에 넣어 둔 바지락을 꺼내 뚝배기에 담은 뒤 정수물을 넣고 팔팔 끓인다.


끓는 국물에 순두부를 숭덩숭덩 떠 넣고, 엊그제 소떡소떡 만들고 남은 가래떡도 가위로 툭툭 잘라 넣고, 파, 마늘, 소금으로 간하고(국간장이 똑! 떨어졌네. 워킹맘의 정신없는 일상이란), 마지막에 들깨가루 세 스푼 넉넉히 풀어서 파르르 끓여내면 끝. 객관적으로 맛있다 할 수는 없지만 내 입맛에 딱 맞는 들깨순두부 완성.


나를 위한 정갈한 식사. 내 욕구를 존중하고, 내 몸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좋다. 나는 정성을 들인 음식의 치유효과를 믿는다.






휴일 늦은 오후.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터라 몇 시간은 자유부인이다.


뒹굴뒹굴 누워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살 것이 생각나 장을 보러 나섰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배가 좀 출출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가래떡을 잘근잘근 씹은 것으로 저녁을 대체했더니 뭔가 매콤한 것이 땡기네. 딱 참치김치 삼각김밥 한 개 분량만큼?


편의점에 들러 사갈까 하다가 내 몸에 그런 공산품을 넣고 싶지 않아서 집에 가서 나를 위한 요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가서 요리를 하면 식사가 너무 늦어질텐데... 더운 밥을 좀 늦게 먹는 것과 차가운 삼각김밥을 지금 몸 안에 밀어 넣는 것, 어떤 게 더 해로울까? 당연히 후자지.


후라이팬을 달군다. 참치캔 작은 것을 탁! 하고 열어, 열이 오른 후라이팬에 참치기름을 붓고, 미리 썰어 둔 신김치와 참치를 같이 넣고 달달 볶는다. 불을 끄고 참기름을 한바퀴 휘~ 깨소금은 생략. 나는 깨소금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미김 한 팩을 뜯어 접시에 김 한 장 올리고, 깻잎 한 장 올리고, 밥 한 숟가락 올리고, 볶은 참치김치 한 젓가락 올려서 야무지게 싼 다음 한 입에 왕~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퍼진다. 편의점 음식으로는 채울 수 없는 온기가.


이전 16화 나를 위한 힐링타임, 홈카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