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축근무로 인한 점심퇴근길에 내가 무엇을 먹고 싶나 생각해 본다. 언제나 '오늘 아이 반찬은 뭘로 하지? 남편은 뭘 주지?'만 고민했는데, 오늘은 온전히 나를 위한 요리를 하고 싶다. 나를 더 사랑해주고 싶어서.
마트에 들러 질 좋은 순두부를 사 가지고 집에 와서, (나 말고 친정엄마가) 해감해서 냉동실에 넣어 둔 바지락을 꺼내 뚝배기에 담은 뒤 정수물을 넣고 팔팔 끓인다.
끓는 국물에 순두부를 숭덩숭덩 떠 넣고, 엊그제 소떡소떡 만들고 남은 가래떡도 가위로 툭툭 잘라 넣고, 파, 마늘, 소금으로 간하고(국간장이 똑! 떨어졌네. 워킹맘의 정신없는 일상이란), 마지막에 들깨가루 세 스푼 넉넉히 풀어서 파르르 끓여내면 끝. 객관적으로 맛있다 할 수는 없지만 내 입맛에 딱 맞는 들깨순두부 완성.
나를 위한 정갈한 식사. 내 욕구를 존중하고, 내 몸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이 좋다. 나는 정성을 들인 음식의 치유효과를 믿는다.
휴일 늦은 오후. 남편이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터라 몇 시간은 자유부인이다.
뒹굴뒹굴 누워서 책을 읽다가 갑자기 살 것이 생각나 장을 보러 나섰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배가 좀 출출해진다. 책을 읽으면서 가래떡을 잘근잘근 씹은 것으로 저녁을 대체했더니 뭔가 매콤한 것이 땡기네. 딱 참치김치 삼각김밥 한 개 분량만큼?
편의점에 들러 사갈까 하다가 내 몸에 그런 공산품을 넣고 싶지 않아서 집에 가서 나를 위한 요리를 하기로 결정했다. 가서 요리를 하면 식사가 너무 늦어질텐데... 더운 밥을 좀 늦게 먹는 것과 차가운 삼각김밥을 지금 몸 안에 밀어 넣는 것, 어떤 게 더 해로울까? 당연히 후자지.
후라이팬을 달군다. 참치캔 작은 것을 탁! 하고 열어, 열이 오른 후라이팬에 참치기름을 붓고, 미리 썰어 둔 신김치와 참치를 같이 넣고 달달 볶는다. 불을 끄고 참기름을 한바퀴 휘~ 깨소금은 생략. 나는 깨소금을 좋아하지 않는다.
조미김 한 팩을 뜯어 접시에 김 한 장 올리고, 깻잎 한 장 올리고, 밥 한 숟가락 올리고, 볶은 참치김치 한 젓가락 올려서 야무지게 싼 다음 한 입에 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