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답은 뻔하다. 많이 먹으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많이 먹는 것도 양상이 다 다르다. 육아 퇴근 후 맥주 한 캔 때문인지, 식후 디저트 때문인지. 스트레스받아서 먹는 건지, 심심해서 먹는 건지. 먹는 패턴을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식단일기를 쓰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 식단일기야? 다이어트할 때마다 썼던 지긋지긋한, 결국은 흐지부지 되고야 마는 그것. 하지만 내가 이전에 한 방식들은 잘못된 것이었다.
20여 년 전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에는 하루 총 섭취량 칼로리를 정해두고, 뭘 먹을 때마다 칼로리를 계산해서 기록하는 일기를 썼다. 목표 칼로리에 미달하면 성공했고, 초과하면 그만큼 러닝머신을 뛰거나 사이클을 타서 뺐다.
이런 방법은 최악이다. 같은 칼로리라 해도 복합 탄수화물과 단순 탄수화물은 몸 안에서 소비되는 방식이 다르다. 칼로리가 아니라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요새도 이런 일기를 쓰는 사람은 없겠지.
그다음에는 미리 식단을 정해두고 그에 맞추어 먹었는지 체크하는 일기였다. 내 안에 혹독한 감시자를 두고, 어긋남이 있는지 매섭게 지켜보았다. 저녁에 사과 반 쪽, 계란 한 알을 먹기로 했는데, 도저히 참지 못하고 동생이 먹던 라면 한 젓가락을 빼앗아 먹은 날에는 '저녁: 사과 반 쪽, 계란 한 알, 라면 한 젓가락'이라고 쓰면서 얼마나 죄책감을 느꼈던지. 라면 한 젓가락이 라면 한 그릇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었다.
이런 일기도 때로는 필요하지만, 목표를 지키는지 아닌지에 집중하느라 '먹는 패턴'을 분석하는 데에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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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식단일기의 힌트를 나는 우연히 읽은 책 한 권에서 발견했다. '이너 게임'의 저자 티머시 골웨이는 우리의 머릿속에 '지시하고 평가하는 셀프 1'과 '이야기를 듣는 쪽인, 천부적인 잠재역량의 셀프 2'가 들어있다고 한다. 셀프 1은 바른 행동을 하고 그릇된 행동을 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지도하지만, 오히려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셀프 2에 집중할 때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을 식단일기에 접목하면, 내가 언제 무엇을 먹는지를 잘잘못 가리지 않고 그대로 적어보는 것이 된다. 셀프 1이 계속 '이런! 또 과식했네. 너 돼지냐?'와 같은 소리를 하더라도 무시하고, 나 자신을 마치 제삼자처럼 보고 '밍이야, 너는 언제, 무엇을, 얼마나 먹니?'라고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기록한다.
그리고 '너는 매일 2시에서 3시 사이에 커피를 마시는구나. 그때 빵이나 쿠키를 같이 먹는 경우가 많구나. 주말에는 가족들과 외식을 많이 하는구나. 외식할 때 대부분은 과식하고 후회하는구나.'와 같은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식단일기를 쓴 결과, 나의 식습관 패턴은 크게 '먹고 나서 만족스러운 것과 후회스러운 것'으로 나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식도락 취미가 있다. 먹고 싶은 음식도 많고, 새로운 맛에 호기심도 있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눈 앞의 음식이 최고의 상태(갓 구워낸 빵 등)를 보이면 예우 차원에서 한 입 먹는다. 다이어트 중이더라도 남편과 불금을 보내기 위해 치맥 한 잔 정도는 허용한다.
이렇게, 내가 먹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먹은 음식은 후회되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이것이 살찌는 주된 이유도 아니다. 만약 이런 것까지 끊어야 한다면 다이어트 안 하고 그냥 살련다. ^^
후회되는 경우는, 먹는 줄도 모르고 무의식적으로 먹거나, 스트레스를 받아서 폭식하는 등 음식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다른 욕구가 있는데 그것을 만족시킬 방법을 알지 못해 먹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은 일종의 나쁜 습관이다.